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똥벌레 / 평보 (1) | 2024.08.16 |
---|---|
여름 낙조 /송수권 (0) | 2024.08.15 |
여름 능소화 /정끝별 (0) | 2024.08.13 |
그늘 만들기 /홍소희 (0) | 2024.08.12 |
여름밤 /문인수 (0) | 2024.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