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692

7월 /목필균

7월 목필균 7월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7월의 편지 /박 두 진

7월의 편지 박 두 진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 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7월의 바다 저 출렁거리는 파면(波面)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청포도(靑葡萄) /이 육 사

청포도(靑葡萄) 이 육 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만,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으나.

7월을 사랑합니다 /천준집

7월을 사랑합니다 천준집 따가운 햇살 속에 쏟아지는 소나기는 7월을 적시고 폭음에 찌든 내 마음도 적시 웁니다. 한여름 타들어 가는 아스팔트에 한줄기 빗줄기는 내가 그리워하는 당신의 마음을 씻어내리고 그 그리움은 빗길 되어 내 가슴속 깊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마음을 훑는 소나기가 좋고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어 7월을 그렇게 사랑해야만 했습니다. 뼛속까지 스미는 찬 바람은 없지만 나를 기다리는 당신이 있고 마음을 적셔주는 그리움이 있기에 7월을 사랑합니다. 그리움이 나를 스치면 나는 그리움 속에 빠져 그대 이름 되뇌며 7월을 안겠습니다.

7월의 거울 /황희순

7월의 거울 황희순 개미 떼에 끌려가는 무당벌레 포기한 걸까, 왜 반항하지 않나 누구 편을 들어줄까 개미굴로 끌려 들어갈 즈음 무당벌레가 지그재그로 줄행랑친다 장난삼아 앞을 막았더니 딱 멈춘다 광속으로 몰려온 개미 떼가 다시 끌고 간다 왜 참견했느냐 따지지 마라, 재수 없는 네가 재수 없는 인간을 만난 것일 뿐 살아있는 한, 길 막는 발 깨물고라도 잽싸게 도망쳐야지, 누굴 원망해 언제, 어디, 어떤 상황에서나 숨 끊어질 때까지 빡빡 기어가야지 먹거나 먹히거나, 이도 저도 아니거나 그들의 게임이 어떻게 끝났는지, 나는 모르는 일이다

열무꽃- 칠월의 향수​ /김달진

열무꽃 - 칠월의 향수​ ​ 김달진 가끔 바람이 오면 뒤란 열무 꽃밭 위에는 나비들이 꽃잎처럼 날리고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은 베적삼에 땀을 씻으며 보리밥에 쑥갓쌈을 싸고 있었다. 떨어지는 훼나무 꽃향기에 취해, 늙은 암소는 긴 날을 졸리고 졸리고 있었다. 매미 소리 드물어 가고 잠자리 등에 석양이 타면 우리들은 종이 등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둔 지붕 위에 하얀 박꽃이 별빛 아래 떠오르면, ​모깃불 연기 이는 돌담을 돌아 아낙네들은 앞개울로 앞개울로 몰려가고 있었다. ​먼 고향 사람 사람 얼굴들이여 내 고향은 남방 천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생각이여.

칠월 어느 날 /박정재

칠월 어느 날 박정재 교복 카라 세우고 등교하던 날도 칠월의 햇살은 있었습니다. 풀빵 띄운 단팥죽 먹던 날도 시원한 바람은 가슴을 더듬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이 나이에도 그날의 그 추억은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의 여백마다 우리들의 고운 향기 잊을 수 없어 햇볕이 따가운 창가에 앉아 친구들의 옛 모습을 그려보며 그 옛날 추억에 잠겨봅니다. 나이는 추억을 지울 수 없고 줄어드는 친구들이 아쉬워 밀려오는 고독의 물결 속에 잠수하는 노객의 눈시울에는 어느새 안개처럼 피어나는 이슬이 맺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