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706

7월에게/고은영

7월에게 고은영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잘 있었니?"

7월 /목필균

7월 목필균 7월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7월의 편지 /박 두 진

7월의 편지 박 두 진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 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7월의 바다 저 출렁거리는 파면(波面)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청포도(靑葡萄) /이 육 사

청포도(靑葡萄) 이 육 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만,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