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690

거미와 달/ 권혁수

거미와 달 권혁수 거미가 마른 나뭇가지에 줄 몇 가닥 드리우고 미니 홈페이지를 개설하였다는군요 손님을 기다리는 모양인데 하루 종일 배경화면으로 푸른 하늘을 깔고 구름과 시원한 비바람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해도 파리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질 않는다네요 아무래도 별이나 물소리라도 메뉴판에 더 얹어놔야 할까봅니다 목이 길어 목마른 밤 달덩이 하나 덜렁 거미줄에 걸리자 거미 녀석, 졸다말고 덥석 마른 이빨로 꽉 깨물었네요, 정신없이 엄마 젖 빨듯 빨았대네요 저런, 하루하루 쭈그러드는 달이 안쓰럽군요

7월에게/고은영

7월에게 고은영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잘 있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