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허형만 초여름 허형만 물 냄새 비가 오려나 보다. 나뭇잎 쏠리는 그림자 바람결 따라 흔들리고 애기똥풀에 코를 박은 모시나비 지상은 지금 그리움으로 자욱하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7.29
낮달/ 문인수 낮달 문인수 왜 그리 내 저무는 때에만 오시는지 또 비켜 나시는지요 어머니, 당신의 인생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저 바람 찬 가지 끝 먼 산마루 여러 길 위에 근심의 힘으로 뜬 흰 낯빛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자꾸 멀리 잊습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7.25
거미와 달/ 권혁수 거미와 달 권혁수 거미가 마른 나뭇가지에 줄 몇 가닥 드리우고 미니 홈페이지를 개설하였다는군요 손님을 기다리는 모양인데 하루 종일 배경화면으로 푸른 하늘을 깔고 구름과 시원한 비바람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해도 파리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질 않는다네요 아무래도 별이나 물소리라도 메뉴판에 더 얹어놔야 할까봅니다 목이 길어 목마른 밤 달덩이 하나 덜렁 거미줄에 걸리자 거미 녀석, 졸다말고 덥석 마른 이빨로 꽉 깨물었네요, 정신없이 엄마 젖 빨듯 빨았대네요 저런, 하루하루 쭈그러드는 달이 안쓰럽군요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7.24
등대/조기수 등대 조기수 낡은 흙담을 슬금 넘어온 복사꽃이 봄이로구나 허균이 남긴 시를 읽다가 희망이라는 말에 문득 돌아보는 기억과 일상의 접선 눈부신 몸 사라지는 밤 수평선 끝에 선 등대 한때 사랑이었고 지금도 사랑인 흔들리는 육지의 끝 넘어설 담도 없는 허공에 핀 복사꽃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7.22
7월이 오면/오정방 7월이 오면 오정방 훨훨 날아가는 갈매기 옛친구같이 찾아올 7월이 오면 이육사를 만나는 것으로 첫날을 열어보리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소낙비처럼 쏟아질 7월이 오면 청포도를 맛보는 것으로 첫날을 시작하리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7.21
7월에게/고은영 7월에게 고은영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잘 있었니?"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7.20
수채화/손월향 수채화 손월향 햇살 한 움큼 도화지에 쏟아 놓고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 마음을 색칠하면 도화지에 퍼져 가는 지난여름 7월의 풀숲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숨었던 얘기들도 풀숲에서 일어나 7월의 초록빛 나무로 쑥쑥 자란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