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나태주 유월에 나태주 말없이 바라 보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때때로 옆에 와 서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합니다 산에 들에 하이얀 무찔레꽃 울타리에 넝쿨장미 어우러져 피어나는 유월에 그대 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는 황홀합니다 그대 생각 가슴속에 안개 되어 피어오름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가득합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15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안톤 슈나크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안톤 슈나크 시냇가에 앉아보자 될 수 있으면 너도밤나무 숲 가까이 앉아 보도록 하자 한 쪽 귀로는 여행길 떠나는 시냇물 소리에 귀기울이고 다른 쪽 귀로는 나무 우듬지의 잎사귀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는 모든 걸 잊도록 해보자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 질투 탐욕 자만심 결국에는 우리 자신마저도 사랑과 죽음조차도 포도주의 첫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 사랑스런 여름 구름 시냇물 숲과 언덕을 돌아보며 우리들의 건강을 축복하며 건배하자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14
6월엔 내가 / 이해인 6월엔 내가 이해인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 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13
6월의 달력/목필균 6월의 달력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12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 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 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 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 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 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 푸른 6월의 나무여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10
6월 / 이외수 6월 이외수 바람부는 날 은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知天命)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09
6월의 아침/강순구 6월의 아침 강순구 베란다 무화과 열매 열리고 빠알간 앵두의 영롱한 열매가 구슬처럼 아름답게 웃음 터트린다 살구나무에는 새콤달콤 맛좋은 살구가 침샘을 두드리며 여름길을 재촉을 한다 싱그러운 숲속에는 따사로운 태양아래 풀내음이 싱그럽게 코끝을 찌르고 원추리는 오렌지 빛깔로 여름을 덧입힌다 삶의 언덕이 아무리 버겁더라도 힘써 올라가면 벌판이 보이고 강물도 흐르듯 웃음의 꽃이 활짝 피어나리라 어두움뒤에 밝은 빛이 아픔뒤엔 치유의 만져짐이 눈물속에 토닥대는 위로를.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08
유월의 노래 / 신석정 유월의 노래 신석정 감았다 다시 떠보는 맑은 눈망울로 저 짙푸른 유월 하늘을 바라보자 유월 하늘 아래 줄기 줄기 뻗어나간 청산 푸른 자락도 다시 한번 바라보자 청산 푸른 줄기 골 누벼 흘러가는 겨웁도록 잔조로운 물소릴 들어보자 물소리에 묻어오는 하늬바람이랑 하늬 바람에 실려오는 저 호반새 소리랑 들어보자 유월은 좋더라, 푸르러 좋더라 가슴을 열어주어 좋더라 물소리 새소리에 묻혀 살으리 이대로 유월을 한 백년 더 살으리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07
6월/반기룡 6월 반기룡 푸른 제복 입고 저벅저벅 걸어오시네 푸른 면류관에 치렁치렁 매달린 연둣빛 이파리가 벙긋 인사를 하고 거북등처럼 투박했던 갈참나무 등허리도 함지박만 한 잎사귀 코끼리 귀 나풀거리듯 시종일관 바람에 맞춰 진양조 장단으로 춤을 추네 푸른 숲을 헤치며 산새는 유성처럼 날아가고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06
유월이 오면/도종환 유월이 오면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저녁 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