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꿈 /박기만 6월의 꿈 박기만 봄이 왔다고 좋아했는데 벌써 여름이 오고 있다 꽃구경도 가보지 못하고 영화 같은 사랑도 꿈이던가 젊은 시절 다 지나가 버렸으니 내 청춘도 꽃과 같구나 산다는 게 무엇인지 세월은 바람같이 흘러가니 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 늦지도 이르지도 아니한 6월처럼 거기서만 있거라 내 더는 늙지도 젊지도 않게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04
6월 / 황금찬 6월 황금찬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느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청이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 있다. 지금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한 폭의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03
유월의 시/김남조 유월의 시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 양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물결 큰 물결의 출령이는 바다인가도 싶고 은물결 금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밭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02
유월의 햇살 / 신석종 유월의 햇살 신석종 지금, 밖을 보고 있나요? 햇살이 투명하고 눈부십니다 누군가 내게 준 행복입니다 하늘에는 햇살이 닿아 있고 땅으로는 지열이 닿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입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우리 손 잡고, 길을 걷지는 못하겠지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랍니다 삼월에 새싹 돋고 유월에 곧은 햇살 쪽쪽 내리꽂히는 이 세상은, 그래서 나에게는 화사하고 눈부신 낙원입니다 당신이 오로지 내게만, 문 열어 준 그 낙원에서, 나 살고 있습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6.01
봄 / 김용택 봄 김용택 바람 없는 날 저문 산머리에서 산그늘 속을 날아오는 꽃잎을 보았네 최고 고운 몸짓으로 물에 닿으며 물 깊이 눈감는 사랑을 보았네 아아, 나는 인자 눈감고도 가는 환한 물이네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5.31
오월의 숲에 들면/김금용 오월의 숲에 들면 김금용 어지러워라 자유로워라 신기가 넘쳐 눈과 귀가 시끄러운 오월의 숲엘 들어서면 까치발로 뛰어다니는 딱따구리 아기 새들 까르르 뒤로 넘어지는 여린 버드나무 잎새들 얕은 바람결에도 어지러운 듯 어깨로 목덜미로 쓰러지는 산딸나무 꽃잎들 수다스러워라 짓궂어라 한데 어울려 사는 법을 막 터득한 오월의 숲엘 들어서면 물기 떨어지는 햇살의 발장단에 맞춰 막 씻은 하얀 발뒤꿈치로 자박자박 내려가는 냇물 산사람들이 알아챌까봐 시침떼고 도넛처럼 꽈리를 튼 도롱뇽 알더미들 도롱뇽 알더미를 덮어주려 합세하여 누운 하얀 아카시 찔레 조팝과 이팝꽃 무더기들 홀로 무너져 내리는 무덤들조차 오랑캐꽃과 아기똥풀 꽃더미에 쌓여 푸르게 제 그림자 키워가는 오월의 숲 몽롱하여라 여울져라 구름밭을 뒹굴다 둥근 얼굴이 되..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5.30
오월의 끝자락을 /김일선 오월의 끝자락을 김일선 비 개인 오후 이슬비 머금은 수 백송이 넝쿨 장미 활짝 벌려 한껏 품어낸 향기가 송이송이 엉켜 부풀어 올라 속살을 들어내 보인 채 회색 빛 도시의 하늘 미풍 따라 서재 창가에 스미어든다 오월의 끝자락에 감긴 향기는 사무친 그리움에 저미는 가슴 돌아보는 세월만큼 긴 터널 속 어두운 추억에 한 줄기 빛이 되는 구나 내 영혼을 부르던 그대 강열한 눈빛 이제는 마주칠 수 없지만 소리 없이 날리는 꽃비 속에 밀어인양 귓가에 듣고 싶다 노을 없이 어두워진 골목 하늘 가로등 아래 검붉은 색의 변조는 또 한 폭의 끝자락을 감추려 하는가? 아! 오월의 끝자락을-----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5.29
오월의 마음이 하는 말 /장종섭 오월의 마음이 하는 말 장종섭 널따란 침엽수 그늘에 솟아내는 땀방울은 누군가의 그리움을 온몸에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아는 모든 이는 땀을 흘리며 살아가기에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느끼고 있습니다 서녘 하늘 해넘이를 바라보며 타는 노을보다 더 붉은 것이 있다는 것을 눈 감았을 한밤 둥글게 떠오를 얼굴 하나 보지 못할까 타는 것은 사랑의 불꽃입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5.28
오월 아침 /김영랑 오월 아침 김영랑 비 개인 5월 아침 혼란스런 꾀꼬리 소리 찬엄(燦嚴)한 햇살 퍼져 오릅내다 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즈음 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 한 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 이 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마는 이 아침 새 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 저리 부드러웁고 발목은 포실거리어 접힌 마음 구긴 생각 이제 다 어루만져졌나보오 꾀꼬리는 다시 창공을 흔드오 자랑찬 새 하늘을 사치스레 만드오 사향(麝香) 냄새도 잊어버렸대서야 불혹이 자랑이 아니 되오 아침 꾀꼬리에 안 불리는 혼이야 새벽 두견이 못 잡는 마음이야 한낮이 정밀하단들 또 무얼하오 저 꾀꼬리 무던히 소년인가 보오 새벽 두견이야 오-랜 중년이고 내사 불혹을 자랑턴 사람.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5.27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하인리히 하이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하인리히 하이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좋은 시 느낌하나 202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