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24,9,5)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루카 5,5) 주님!제가 민낯으로 당신을 뵙고, 진정 죄인임을 깨닫게 하소서!제 생각을 내려놓고 제 경험을 내려놓고, 당신의 말씀을 따르게 하소서.제 앎을 내려놓고 제 옳음을 내려놓고, 당신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게 하소서!제가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변화의 대상임을 알게 하시고,스스로 변화하는 존재가 아니라 당신으로 하여 변화되는 존재가 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9.05
구월 / 정용주 구월 정용주 문득, 동그란 말들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든다하늘 어항을 유영하는 붉은 잠자리떼봉숭아 백일홍 한련화 시들어가는 이름들돌배나무 감고 올라간 나팔꽃은 귀뚜라미 울음 모아 구슬을 꿴다그림자보다 가벼운 한 날의 육신 - 정용주 시집 2020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9.04
오늘(2024,9,4)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루카 4,43)주님!제가 태어난 이유,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를 알게 하소서!그 모든 것이 주어지고 베풀어진 선물임을 알게 하소서!오늘, 제 뼈 속에 새긴 당신 뜻이 제 심장에서 솟아오르게 하시고,당신이 주신 사명이 제 삶에서 불타오르게 하소서.당신 뜻을 증거하는 일, 그 일을 하도록 제가 파견된 까닭입니다.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9.04
비로 만든 집 / 류시화 비로 만든 집 류시화 비로 만든 집에서나는 살았네안개로 만든 집구월의 오솔길로 만든 집구름비나무로 만든 집비로 만든 집에는 언제나비가 내리지비를 내리는 나무비를 내리는 길비를 내리는 염소들세상이 슬픔으로 다가올 때마다 나는그곳으로 가서 비를 맞았네비의 새가 세상의 지붕 위를 날고비를 내리는 오솔길이비의 나무를 감추고 있는 곳비로 만든 집에서나는 살았네비의 새가 저의 부리로비를 물어 나르는 곳세상 어디로도 갈 곳이 없을 때 나는그곳으로 가서 비를 맞았네비로 만든 집에는언제나 비가 내리지비를 내리는 나무비를 내리는 길비를 내리는 염소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9.03
오늘(2024,9,3)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루카 4,34) 주님!진리를 받아들이고 믿는 자 되게 하소서.진리를 따르며 받드는 제자가 되게 하소서.진리이신 당신으로 새로 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소서.하여, 관계 맺는 모든 것 안에서 당신의 거룩한 이름이 빛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9.03
꽃무릇 / 성영희 꽃무릇 성영희 무리를 지으면 쓸쓸하지 않나절간 뜰을 물들이며 흘러나간 꽃무릇이산언덕을 지나 개울 건너울창한 고목의 틈새까지 물들이고 있다여린 꽃대 밀어 올려왕관의 군락을 이룬 도솔산 기슭꽃에 잘린 발목은 어디 두고붉은 가슴들만 출렁이는가제풀에 지지 않은 꽃이 있던가그러니, 꽃을 두고 약속하는 일그처럼 헛된 일도 없을 것이지만저기, 천년 고찰 지루한 부처님도해마다 꽃에 불려나와객승과 떠중이들에게 은근하게파계를 부추기는지도 모르는 일이다어느 화사한 말이든무릇을 앞뒤로 붙여허망하지 않은 일 있던가꽃이란 무릇, 홀로 아름다우면 위험하다는 듯같이 피고 같이 죽자고구월의 산문(山門)을 끌고꽃무릇, 불심에 든 소나무들 끌고 간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9.02
오늘(2024,9,2)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주님!말씀의 영으로 저를 도유하소서!제 가슴이 뜨거워지고, 제 입에 당신 말씀을 담게 하소서!제 발 인도하시고, 제 삶이 당신 말씀을 떠받들게 하소서!들은 바를 살게 하시어, 듣는 가운데 당신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9.02
다시 9월/ 나태주 다시 9월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가을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9.01
오늘(2024,9,1)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마르 7,8) 주님!몸에 밴 잘못된 관습과 전통에 매여 당신의 계명을 거스르지 않게 하소서.틀에 맞춘 잘못된 지식과 신념을 지키려다 당신의 사랑을 거스르지 않게 하소서.나의 옳음을 주장하기에 앞서, 나 자신을 지키기에 앞서, 당신을 사랑하는지를 묻게 하소서.제 뜻이 아니라 당신의 뜻이, 제가 원하는 하늘나라가 아니라 당신이 원하시는 하늘나라가 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9.01
늦여름 /심호택 늦여름 심호택 까막까치 대가리뿐 아니라개 잔등이 소 엉덩이도 벗어지게 생긴 날때 넘겨 돌아와찬물에 밥 말아 먹고마룻장 짊어지면 살 것 같지요 쉬파리 똥파리와 싸우며소르르 낮잠 한소금 꿀맛이지만가시를 머금은 듯 잠결에도더운 들에 엎드린 식구들 생각가여워라 가여워라 매미들 울지요 잘잤다 눈 비비고 일어나면미루나무 그림자 늘어난 텃밭에가을 온다 가을 온다싸움터 하늘 비행기처럼고추잠자리 어지러이 떠다니지요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