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그리운 바다 성산포

종이연 2007. 7. 15. 17:51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죽어서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을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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