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종이연 2007. 7. 15. 17:54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 정일근



어디 한량없는 목숨이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를 산다면
이 사랑도 지겨운 일이어요
무량수전의 눈으로 본다면
사람의 평생이란 눈 깜빡할 사이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우리도 무량수전 앞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반짝하다 지는 초저녁별이어요
그래서 사람이 아름다운 게지요
사라지는 것들의 사랑이니
사람의 사랑은 더욱 아름다운 게지요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  (0) 2007.07.15
청포도  (0) 2007.07.15
빗 소리  (0) 2007.07.15
가죽나무  (0) 2007.07.15
간이역  (0) 2007.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