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빗 소리

종이연 2007. 7. 15. 17:54
빗 소리 /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우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으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우에 창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1924년. 시집[아름다운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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