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 적 (痕跡)
시인 / 이 용 대
이삿짐을 드러낸 텅ㅡ빈 방마다
살아온 그림자 줍고 쓸다가
삶 먼지 뽀얀 화장대 밑에
흘러간 세월 조각
달력 한 장을 줍는다.
빨간 동그라미는
무슨 날이었을까
적어 놓은 글씨는 희미해졌다.
눈감고도 손에 익은 문고리마다
어제부터 낯설어 헛 짚어 지고
부엌벽에 붙어 있는 남은 정마저
챙겨 놓은 열쇠와 함께
두고 가야 한다.
마지막 나서는 문지방 틈에
못다픈 꿈같은
때묻은 동전 한 닢
가만히 주워든 손바닥 위로
속 서러움에 떨어지는
눈물에 젖고
어깨로 쌓여온
고단했던 흔적(痕跡)들을
그래도 나의 것이라 두고 갈 수 없어
야윈 등에 고이 지고 문을 나선다.
시인 / 이 용 대
이삿짐을 드러낸 텅ㅡ빈 방마다
살아온 그림자 줍고 쓸다가
삶 먼지 뽀얀 화장대 밑에
흘러간 세월 조각
달력 한 장을 줍는다.
빨간 동그라미는
무슨 날이었을까
적어 놓은 글씨는 희미해졌다.
눈감고도 손에 익은 문고리마다
어제부터 낯설어 헛 짚어 지고
부엌벽에 붙어 있는 남은 정마저
챙겨 놓은 열쇠와 함께
두고 가야 한다.
마지막 나서는 문지방 틈에
못다픈 꿈같은
때묻은 동전 한 닢
가만히 주워든 손바닥 위로
속 서러움에 떨어지는
눈물에 젖고
어깨로 쌓여온
고단했던 흔적(痕跡)들을
그래도 나의 것이라 두고 갈 수 없어
야윈 등에 고이 지고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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