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 ~

기도의 편지

종이연 2008. 5. 4. 20:29

 

기도의 편지 / 서정윤

 

            하느님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합니다.

             

            하늘 가득 먹구름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건 당신의 일이지만

            그 빗방울에 젖는 어린 화분을

            처마 밑으로 옮기는 것은 나의 일,

             

            하늘에 그려지는 천둥과 번개로

            당신은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만

            그 아래 떨고 있는 어린 아이를

            안고 보듬으며 나는

            아빠가 있다는 것으로 달랩니다.

             

            당신의 일은 모두가 옳습니다만

            우선 눈에 보이는

            인간적인 쓸쓸함으로 외로워하는

            아직 어린 영혼을 위해

            나는 쓰여지고 싶어요.

             

            어쩌면, 나는 우표처럼 살고 싶어요

            꼭 필요한 눈빛을 위해

            누군가의 마음 위에 붙지만

            도착하면 쓸모 다하고 버려지는 우표처럼

            나도 누군가의 영혼을

            당신께로 보내는 작은 표시가

            되고 싶음은

            아직도 욕심이 많음인가요.

           

 

           

  ♬ Radhika Miller의 "The Call"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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