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구월의 아침들 /장석주

종이연 2022. 9. 6. 20:05

구월의 아침들   

 

장석주

 

네가 웃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비둘기가 날 거야.

비둘기들은 웃음의 힘으로

허공을 나니까.

네가 웃지 않는다면

비둘기들은 땅으로 떨어질 거야.

골목길은 침울해지고

건널목은 몹시 상심할 거야.

누군가 웃음을 잃었다면

그건 한 계절이 끝났다는 신호야.

어제 저녁,

돌연 여름은 끝나버렸지.

슬픔들이 제 부력으로 웃음들을

흰구름만큼 높이 떠올린다는 걸

나는 알았어.

뱀들이 물푸레나무 아래서 젖은 몸을 말리지.

아침 7시에는 농담 같은

뉴스들이 흘러나오고

치매에 걸린 늙은 어머니의 손가락들이 길어질 때

갑자기 비둘기 떼가 한 방향으로 날아갔어.

이 구월의 아침들 어딘가에

네가 웃고 있다는 걸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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