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칠월 /허연

종이연 2024. 7. 6. 16:52

칠월

 

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을 사랑합니다 /천준집  (0) 2024.07.08
7월의 예찬 /강순옥  (0) 2024.07.07
7월의 소망 /김희선  (0) 2024.07.05
열무꽃 /김달진-칠월의 향수​  (0) 2024.07.04
칠월 어느 날 /박정재  (0) 202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