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12월 /오세영

종이연 2024. 12. 7. 20:23

12월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드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이 밝아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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