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12월 저녁의 편지 / 안도현

종이연 2024. 12. 9. 20:07

12월 저녁의 편지 

 

안도현

12월 저녁에는
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
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두었구나
​여기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깍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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