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

리디아 형님의 수필집 사랑스런 바보

종이연 2005. 3. 13. 18:20
엊그제 토요일에 학생미사를 보고 나오는데,,

리디아 형님이 절더러 손짓을 하시더니

잠깐 보자고 하시네요..

저 말고, 소피아형님도 ..

그러시더니 차에 가셔서 책을 두권 가지고 오십니다.

소피아 형님 한 권 저 한 권

어머~~!!

작년에도 당신의 글이 실린 충북수필을 한 권 주셔서 잘 읽었는데

이번에,

수필집을 하나 내셨답니다.제목은 사랑스러운 바보.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단상을 잔잔히 써내려가신 수필집이네요.

별로 자주 대화도 못나누고,

그저 얼굴만 보면 빙긋이 웃고 마는게 다인데~~

제게도 손수 서명하신 책을 선물로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도 못드리고 받아 왔습니다.

그분은 많이 편찮으시다가 새로운 삶을 찾으신 분입니다.

지지난해 여름, 생활성서에도 그분의 투병기가 실렸었거든요.

그저 아프지 마시고,,

마흔 넘어 늦게 시작한 글쓰기라고 하시는 그분의 글이

점점더 좋은 글을 쓰시도록 성원드리면서

몇해 전 청주 사목국에서 나온 작은 책자의 그분의 시를 하나 옮깁니다.


떠나고 싶었습니다.

---- 반숭례 리디아

주님 곁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제가 고통과 시련 속에서 헤메일 때
사람들은 제 믿음을 탓했습니다.

믿음이 약한 이에게
사랑의 놀라운 힘을 깨닫게 해주기보다
오히려 반감과 거리감을 주었습니다.

멀고도 가까이 계시고
지극히 무한한 존재이신 주님께
제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아도
침묵만으로 계신 듯한 주님은
저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주님
이세상에 흔해진 언어가 사랑이라는 말인데
믿음이 약한 제가 어찌 사람들을 사랑해야 합니까.
조건이 있는 사랑,
조건이 없는 사랑
맹목적인 사랑의 십자가가 무거웠습니다.

누구보다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일치하고 또한 나눔으로써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나이다.

주님
지금 저는 누군가가 그립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저 당신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때론 돌아가고 싶습니다.
주님의 은총 안에서
서로 한 마음이 되어 거짓 없는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주님
당신을 떠나올 때는 제 마음대로였지만
이제 두렵습니다.

오늘도 목마르게
감실 안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실 당신을 생각하니 두렵습니다.

주님,
이 죄인 어찌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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