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 -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 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술보다 독한 눈물 술보다 독한 눈물 - 박인환 눈물처럼 뚝뚝 낙엽지는 밤이면 당신의 그림자를 밟고 넘어진 외로운 내 마음을 잡아 보려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렇게 이별을 견뎠습니다 맺지 못할 이 이별 또한 운명이라며 다시는 울지 말자 다짐 했지만 맨 정신으론 잊지 못해 술을 배웠습니다 사랑을 버린 당신이 뭘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장마 장마 / 신경림 온 집안에 퀴퀴한 돼지 비린내 사무실패들이 이장집 사랑방에서 중톳을 잡아 날궂이를 벌인 덕에 우리들 한산 인부는 헛간에 죽치고 개평 돼지비계를 새우젓에 찍는다 끝발나던 금광시절 요리집 얘기 끝에 음담패설로 신바람이 나다가도 벌써 여니레째 비가 쏟아져 담배도 전표도 바닥..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청포도 청포도/이육사(李陸史)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길.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 정일근 어디 한량없는 목숨이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를 산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빗 소리 빗 소리 /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우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으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가죽나무 가죽나무 / 도종환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것을 안다 내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꼬여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기쁘..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간이역 간이역 / 김선우 내 기억 속 아직 풋것인 사랑은 감꽃 내리던 날의 그애 함석집 마당가 주문을 걸 듯 덮어놓은 고운 흙 가만 헤치면 속눈썹처럼 나타다던 좋.아.해 얼레꼴레 아이들 놀림에 고개 푹 숙이고 미안해 - 흙글씨 새기던 당두마을 그애 마른 솔잎 냄새가 나던 이사오고 한번도 보지 못한 채 어..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그리운 바다 성산포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나만 등대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석탄 박물관에서 석탄 박물관에서 / 이기애 한 남자를 만났네 흑 먼지 자욱한 갱도, 전설의 유품과 함께 박제되어 있었네 그도 빛나는 청춘의 한 때가 있었으리 누군가의 애인이었을, 남편이었을, 아버지였을 모습 항거의 벽을 향해 온통 들려 있었네 저 필생의 뚝심 하나로 캄캄하게 쳐들어오는 침묵 뚫어내며 더 이상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