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여 / 서정윤 바람이여 / 서정윤 바람이고 싶어라 그저 지나가 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모습도 없이 휙하니 지나가버리는 바람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목숨을 거두는 어느 날 내 가진 어떤 것도 나의 것이..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9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 권혁웅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 권혁웅 그날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물결이 물결을 불러 그대에게 먼저 가 닿았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듯 물결과 물결이 만나 한 세상 열어 보일 듯 했습니다 연한 세월을 흩어 날리는 파랑의 길을 따라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대는 흔..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9
산수국꽃 / 김용택 산수국꽃 / 김용택 아침 저녁으로 다니는 산아래 강길 오늘도 나 혼자 걸어갑니다 산모롱이를 지나 한참 가면 바람결처럼 누가 내 옷자락을 가만가만 잡는 것도 같고 새벽 물소리처럼 나를 가만가만 부르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 자리를 그냥 지나갑니다 오늘도 그 자리 거기를 지나는데 누군..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7
야트막한 사랑 / 강형철 야트막한 사랑 / 강형철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언덕 위의 사랑 아니라 태산준령 고매한 사랑 아니라 갸우듬한 어깨 서로의 키를 재며 경계도 없이 이웃하며 사는 사람들 웃음으로 넉넉한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의 사랑 아니라 개운하게 쏟아지는 장대비 사랑 아니라 야트막한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7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 -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 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술보다 독한 눈물 술보다 독한 눈물 - 박인환 눈물처럼 뚝뚝 낙엽지는 밤이면 당신의 그림자를 밟고 넘어진 외로운 내 마음을 잡아 보려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렇게 이별을 견뎠습니다 맺지 못할 이 이별 또한 운명이라며 다시는 울지 말자 다짐 했지만 맨 정신으론 잊지 못해 술을 배웠습니다 사랑을 버린 당신이 뭘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장마 장마 / 신경림 온 집안에 퀴퀴한 돼지 비린내 사무실패들이 이장집 사랑방에서 중톳을 잡아 날궂이를 벌인 덕에 우리들 한산 인부는 헛간에 죽치고 개평 돼지비계를 새우젓에 찍는다 끝발나던 금광시절 요리집 얘기 끝에 음담패설로 신바람이 나다가도 벌써 여니레째 비가 쏟아져 담배도 전표도 바닥..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청포도 청포도/이육사(李陸史)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길.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 정일근 어디 한량없는 목숨이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를 산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
빗 소리 빗 소리 /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우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으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 좋은 시 느낌하나 2007.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