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안도현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하면서 섬..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0.18
노동의 밥-백무산 노동의 밥 --백무산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펄펄 살아 튀는 밥을 먹으리라 먹은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 먹은 대로 깨끗히 힘이 되는 밥 쓰일 데로 쓰인 힘은 다시 밥이 되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이 목숨보다 앞선 밥은 먹지 않으리 펄펄 살아오지 않은 밥도 먹지 않으리 생명이 없는 밥은 개..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0.18
땅-안도현 땅 --안도현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다 피었다 진 자리..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0.18
내 만일 내 만일 - 강은교 내 만일 폭풍이라면 저 길고 튼튼한 너머로 한번 보란듯 불어볼 텐데... 그래서 그대 가슴에 닿아볼 텐데... 번쩍이는 벽돌쯤 슬쩍 넘어뜨리고 벽돌 위에 꽂혀 있는 쇠막대기쯤 눈 깜짝할 새 밀쳐내고 그래서 그대 가슴 깊숙이 내 숨결 불어넣을 텐데... 내 만일 안개라면 저 길고 튼튼한..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0.16
바람은 그대 쪽으로 바람은 그대 쪽으로 - 기형도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영혼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창문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 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 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0.16
함께 있는 때 함께 있는 때 - 이외수 세상에 神의 사랑 가득한 줄은 풀을 보고 알 것인가 꽃을 보고 알 것인가 눈을 감아라 보이리니 척박한 땅에 자라난 그대 스스로 한 그루 나무 실낱같은 뿌리에 또 뿌리의 끝 하느님의 눈은 보이지 않고 다만 존재할 뿐 사람이여 정답다 우리 함께 있는 때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0.16
흔 적 (痕跡) 흔 적 (痕跡) 시인 / 이 용 대 이삿짐을 드러낸 텅ㅡ빈 방마다 살아온 그림자 줍고 쓸다가 삶 먼지 뽀얀 화장대 밑에 흘러간 세월 조각 달력 한 장을 줍는다. 빨간 동그라미는 무슨 날이었을까 적어 놓은 글씨는 희미해졌다. 눈감고도 손에 익은 문고리마다 어제부터 낯설어 헛 짚어 지고 부엌벽에 붙어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0.16
가을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0.16
종이배 사랑 종이배 사랑 - 도종환 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 보내는 저녁 강물빛과 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소리 위에 우리 사랑은 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 무사히 무사히 이 물길 건널지 알 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가 굽이 잦은 계곡물과 물살 급한 여울목 더 건너야 하는 나이여서 지금 어깨를 마주 대고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0.16
가을에 읽는 시 / 김용택 가을에 읽는 시 / 김용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나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속 집들은 보이지 않..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