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그대를 생각한다/남유정 가을날, 그대를 생각한다/남유정 꽃들이 보이지 않는다 영 사라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 오고야 말 몸짓이다 사랑도 내게서 내게로 숨어들었거니 나무들은 제 몸에 감춘 꽃을 미리 꺼내지 않으니 더딘 걸음으로 애태우며 오는 것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시간 속으로 걸어가는 것이니 저 먼 사막까지..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26
깊은 방 / 정복여 깊은 방 / 정복여 내가 세들어 사는 이 곳에 아주 오래된 연못하나 있었다 계약서에는 없던 무수한 물방울들이 처음 발을 들여놓자 사각의 방 모서리를 허물며 둥글게 안으로 흘러들었다 내 호흡의 울림으로 연못은 여러 개의 둥근 원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둥글게 흔들린 물방울들이 놀라 서로의 몸을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26
유안진, 구절초 들꽃처럼 나는 욕심 없이 살지만 그리움이 많아서 한이 깊은 여자 서리걷힌 아침나절 풀밭에 서면 가사장삼 袈裟長杉입은 비구니의 행렬 그 틈에 끼어든 나는 구절초 다사로운 오늘 별은 성자 聖者의 미소 ---유안진, 구절초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20
심훈, 해당화 해당화 해당화 명사십리 해당화야 한 떨기 홀로 핀 게 가엾어서 꺾었더니 네 어찌 가시로 찔러 앙갚음을 하느뇨. 빨간 피 솟아올라 꽃잎술에 물이 드니 손끝에 핏방울은 내 입에도 꽃이로다 바닷가 흰 모래 속에 토닥토닥 묻었네. --심훈, 해당화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
신경림, 찔레꽃에서. 나는 한 그루 찔레꽃을 찾고 있었다. 가라앉은 어둠 번지는 종소리 보리 팬 언덕 그 소녀를 찾고 있었다. 보도는 불을 뿜고 가뭄은 목을 태워 마주치면 사람들은 눈길을 피했다. 겨울은 아직 멀다지만 죽음은 다가오고 플라타너스도 미루나무도 누렇게 썩었다. 늙은이들은 잘린 느티나무에 붙어 깊고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
서정주, 봄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 우에 혼령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도라..... 아무 病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 있아야겠다. ----서정주, 봄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
오세영.이별의 날에 이제 붙들지 않을란다. 너는 복사꽃처럼 져서 저무는 봄 강물 위에 하롱하롱 날려도 좋다 아니면 어느 이별의 날에 네 뺨을 적시던 눈물의 흔적처럼 고운 아지랑이 되어 푸른 하늘을 어른거려도 좋다 --오세영.이별의 날에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
정지용, 무어래요. 한 고개 넘어 우리집. 앞문으로 오시지는 말고 뒤 ㅅ 동산 새이 t 길로 오십쇼. 늦은 봄날 복사꽃 연분홍 이슬비가 나리시거든 뒤 ㅅ 동산 새이 t 길로 오십쇼. 바람 피해 오시는 이처럼 들레시면 누가 무어래요? --정지용, 무어래요.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
나리나리 개나리에서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 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 없이 꺽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 봄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