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와 행인/한용운 나룻배와 행인/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2.24
졸부가 되어/임희구 졸부가 되어/임희구 시가 잘 써지지 않아 오랫동안 움츠려 지내다가 지난 여름 가을 난데없이 스무 편의 시를 썼다 시 한 편 없던 내게 스무 편은 가당찮게 많은 것이어서 마음이 안정이 안 되고 자꾸만 들뜬다 느닷없이 새로 쓴 시를 스무 편이나 갖게 된 나를 봐라,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나는 마치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2.20
희망 / 나 태 주 희망 / 나 태 주 날이 개이면 시장에 가리라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힘들여 페달을 비비며 될수록 소로길을 찾아서 개울길을 따라서 흐드러진 코스모스 꽃들 새로 피어나는 과꽃을 보면서 가야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자전거에서 내려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해야지 기분이 좋아지면 휘파람이라도 불어..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2.20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2.18
모과 1 / 박승미 모과 1 / 박승미 허리끈을 풀어 놓고 누은 여자 경사가 급하지 않아서 잠시 쉬어가고 싶은 이 봐 하고 툭 치면 응 나? 하고 돌아 눕는 살진 여자의 누드.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2.16
비닐 봉지의 추억 / 강은교 비닐 봉지의 추억 / 강은교 어느 가을날 오후, 비닐봉지 하나가 길에 떨어져 있다가 나에게로 굴러왔다 그 녀석은 헐떡헐떡거리면서 나에게 자기의 몸매를 보여주었다. 그 녀석이 한바퀴 빙 돌았다. 마치 아름다운 패션모델처럼 그러자 그 녀석의 몸에선 바람이 일었다 얄궂은 바람, 나를 한대 세게 쳤..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2.14
내 소중한 만남 / 김복용 내 소중한 만남 / 김복용 가슴에 부딪쳐오는 모든 것에 우린 진실해야 한다. 우리의 소중한 만남을 위해 가슴을 녹이는 간절함 속에서 내게 부딪쳐오는 모든 것들 앞에 우린 진실해야 한다. 삶은 한시적이다. 만남의 시간들이 약속되어 있지 않는 그 순간 속에서 우리의 소중한 만남을 찾아야만 한다.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2.11
편지 받고 / 이성선 편지 받고 / 이성선 나 세상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것 그대 너무 걱정하지 말게 지금은 조용히 해지는 산 앞에 앉아 있지 무릎 아래의 꽃들이 마음 접는 시간 곁에 사네 혼자 있을 때 사람이나 짐승 풀잎까지도 전체적이 된다고 누군가 말했지 단순한 삶 속에 앉아 있으면 자주 해 지는 시간이 찾아와..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2.11
어디로 갈까/남유정 어디로 갈까/남유정 바람이 오동나무를 흔들며 물었지요 떨어진 나뭇잎이 대지에 입 맞추며 물었지요 제 울음을 다 뽑아낸 매미가 툭! 떨어지며 물었지요 흐르는 빗물이 나무 밑동을 붙들고 물었지요 지는 꽃잎이 바람에 실려가며 물었지요 목이 메인 사랑이 내게 물었지요 내가 하얗게 무너지는 마음..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2.09
연 /박 철 연 /박 철 끈이 있으니 연이다 묶여 있으므로 훨훨 날 수 있으며 줄도 손길도 없으면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리 눈물이 있으니 사랑이다 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며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다 날아라 훨훨 외로운 들길, 너는 이 길로 나는 저 길로 멀리 날아 그리움에 지쳐 다시 한 번 쓰러질 때까지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