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따뜻하다/정호승 별들은 따뜻하다/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1.23
이 생명을/모윤숙 이 생명을/모윤숙 임이 부르시면 달려가지요. 금띠로 장식한 치마가 없어도 진주로 꿰맨 목도리가 없어도 임이 오라시면 나는 가지요. 임이 살라시면 사오리다. 먹을것 메말라 창고가 비었어도 빚 더미로 엠집 채찍 맞으면서도 임이 살라시면 나는 살아요. 죽음으로 깊을 길이 있다면 죽지요. 빈 손으..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1.20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이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느..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1.18
귀향의 노래/고정희 귀향의 노래/고정희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의 짐짝 위에 아직 겨울 찬비가 줄기차구나 저기가 내 그리운 귀착지, 머나먼 여정을 달려온 나의 말이여 마중나온 북한산이 다가와 이제 무릇 날개를 접으라 한다 마중나온 관악산이 다가와 이제 응당 말을 놔주라 한다 속에서 시가 넘쳐흘러도 받아쓰지 않..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1.17
파문 / 권혁웅 파문 / 권혁웅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1.16
복상사(腹上死)/이덕규 복상사(腹上死)/이덕규 쟁기질하던 낡은 경운기 한 대가 보습을 흙 속에 박은 채, 밭 가운데 그 대로 멈춰서 있다 평생 흙 위에서 헐떡거리다가 한순간 숨이 멈춰버린 늙은 오입꾼처럼 평소 그에게 시달렸던 잡초들 우북히 달라붙어 그를 헐뜯는 동안 마지막 남은 양기를 한끝에 모아 땅속 깊숙이 쥐어..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1.16
화살 / 고은 화살 / 고은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 십 년 동안 가진 것, 몇 십 년 동안 누린 것, 몇 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1.10
편지 / 윤동주 편지 / 윤동주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 오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1.10
(동시)개구리 소리/이오덕 개구리 소리/이오덕 거뭇거뭇 숲속에 퍼런 못자리 물속에 도랑물 옆 긴 둑 따라 포플러 신작로 따라 울어라 개구리야 학교 낼 돈 걱정하다 늦게 왔다고 꾸중 듣고 저녁 굶고 엎드려 잠든 내 동생 꿈속에서 울어라 개구리야 바라보는 밤하늘 별 눈물에 어려 빛나고 돈 벌러 간 아버지 소식이 궁금해 울어..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1.10
행방불명 되신 하느님께 보내는 출소장/고정희 행방불명 되신 하느님께 보내는 출소장/고정희 무릇 너희가 밥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영에서 나온 말씀으로 거듭나리라, 수수께끼를 주신 하느님, 우리 가 영에서 나온 말씀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 핵 무기고에서 나오는 살인능력 보유자와 우리들 밥줄을 틀어진 자를 구세주로 받드는 오늘날 ..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