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이야기/강은교 아주 오래된 이야기/강은교 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2.28
삼월 삼짓 날 / 정 지 용 삼월 삼짓 날 / 정 지 용 중,중, 때때 중, 우리 애기 까까 머리. 삼월 삼질 날, 질나라비, 훨, 훨, 제비 새끼, 훨, 훨, 쑥 뜯어다가 개피떡 만들어. 호, 호, 잠들여 놓고 냥, 냥, 잘도 먹었다.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상제로 사갑소.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2.26
삼월에 삼월에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 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삼월 .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 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2.26
삼월/박목월 삼월/박목월 芳草峰 한나절 고운 암노루 아랫마을 골짝에 홀로 와서 흐르는 냇물에 목을 축이고 흐르는 구름에 눈을 씻고 하얗게 떠가는 달을 보네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2.26
비명/김수우 비명/김수우 냄새였다 자갈치가 끝나는 모퉁이 선창에 도착하자마자 거미손으로 뭍을 꾸려가야 하는 파도는 쩔대로 쩐 어둑한 계단으로 삐걱거렸다 그물필마다 더께진 그 쩐내는 신발 밑창에 쩍쩍 달라붙어 중력보다 더 큰 실존을 정확히 찍어낸다 빈 생선짝 더 비린 외마디 냄새, 칠순 넘도록 입었던..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2.26
삼월의 태양...프레베르 삼월의 태양 ----쎄실 미겔에게 /프레베르 오렌지나무의 오렌지 레몬나무의 레몬 올리브나무의 올리브 엉겅퀴풀의 엉겅퀴가시 화려하고 일상적인 신비 삶은 아름답다고 죽도록 말해 주고 싶어요 하고 말하며 꽃이 죽는다 꽃에겐 대답도 않고 사람은 정원을 가로질러 간다 숲을 가로질러 간다 게한테 ..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2.26
삼월의 노래 /윌리엄 위즈위드 삼월의 노래 /윌리엄 위즈위드 닭이 운다 시냇물이 흘러 간다. 지저귀는 새의 떼 반짝이는 호수 푸른별은 햇볕 속에 잠이 들었다. 아들 따라 일하는 늙은이와 어린것 물 먹는 가축들 고개 숙인 모양 모두 하나 같구나. 물러나는 군대와도 같이 눈은 멀리 산마루에서 기진해 가고 이랴 !끌끌! 밭 가는 아..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2.26
나의 하느님 /김춘수 나의 하느님 /김춘수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詩人)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女子)의 마음 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2.26
고사목 /최을원 고사목 --최을원 더 이상 오를 곳은 없다 푸른 살들은 남김없이 제단이 바쳐졌다 내게 깃들던 것들은 모두 허공 속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움마저 단단하다 그러나 나는 유년처럼 설렌다 천 개의 태양이 지나간 길들을 되집어 나는 내 속을 돌고 있다 머릿속까지 타들어 가던 그 작열의 정점에서 불러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2.26
토성(土城)/신경림 토성(土城)/신경림 잔돈푼 싸고 형제들과 의도 상하고 하찮은 일로 동무들과 밤새 시비도 하고 별 것 아닌 일에 불끈 주먹도 쥐고 푸른 달빛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면서 바람도 맞도 눈비에도 시달리는 사이 햇살에 바래고 이슬에 씻기는 사이 턱없이 뜬금없이 꿈에 부풀기도 하고 또 더러는 철없..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