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김수우
냄새였다 자갈치가 끝나는 모퉁이
선창에 도착하자마자
거미손으로 뭍을 꾸려가야 하는 파도는
쩔대로 쩐 어둑한 계단으로 삐걱거렸다
그물필마다 더께진 그 쩐내는
신발 밑창에 쩍쩍 달라붙어
중력보다 더 큰 실존을 정확히 찍어낸다
빈 생선짝
더 비린
외마디 냄새,
칠순 넘도록 입었던 아버지 옷이었다
냄새를 지나 냄새에 닿는 내 냄새는
물때썰때 없이 물컹한 바다를 또 껴입는데
먼바다들이 끌려와
선원모집, 선원모집이란 붉은 글씨들 속에서 늙고 있었다
삐뚤이로 주저앉은 〈초원다방〉 간판 사이
막 켜진 전등 하나가 마지막 창문처럼 열리고
한 번도 일인칭으로 살지 못했던
눈빛들 비늘처럼 여기저기 박힌
캄캄절벽
빈 밧줄에 걸리는
비명,
소리가 아니라 냄새였다
냄새였다 자갈치가 끝나는 모퉁이
선창에 도착하자마자
거미손으로 뭍을 꾸려가야 하는 파도는
쩔대로 쩐 어둑한 계단으로 삐걱거렸다
그물필마다 더께진 그 쩐내는
신발 밑창에 쩍쩍 달라붙어
중력보다 더 큰 실존을 정확히 찍어낸다
빈 생선짝
더 비린
외마디 냄새,
칠순 넘도록 입었던 아버지 옷이었다
냄새를 지나 냄새에 닿는 내 냄새는
물때썰때 없이 물컹한 바다를 또 껴입는데
먼바다들이 끌려와
선원모집, 선원모집이란 붉은 글씨들 속에서 늙고 있었다
삐뚤이로 주저앉은 〈초원다방〉 간판 사이
막 켜진 전등 하나가 마지막 창문처럼 열리고
한 번도 일인칭으로 살지 못했던
눈빛들 비늘처럼 여기저기 박힌
캄캄절벽
빈 밧줄에 걸리는
비명,
소리가 아니라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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