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삼(玩花衫)-조지훈 완화삼(玩花衫)-조지훈 - 목월(木月)에게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3.07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3.07
취한 사람 / 이생진 취한 사람 / 이생진 취한 사람은 사랑이 보이는 사람 술에 취하건 사랑에 취하건 취한 사람은 제 세상이 보이는 사람 입으로는 이 세상 다 버렸다고 하면서도 눈으로는 이 세상 다 움켜쥔 사람 깨어나지 말아야지 술에 취한 사람은 술에서 사랑에 취한 사람은 사랑에서 깨어나지 말아야지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3.07
외딴 산 등불 하나 / 손택수 외딴 산 등불 하나 / 손택수 저 깊은 산속에 누가 혼자 들었나 밤이면 어김없이 불이 켜진다 불을 켜고 잠들지 못하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눈을 뜨고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외눈으로 하염없이 글썽이는 산, 그 옆에 가서 가만히 등불 하나를 내걸고 감고 있는 산의 한쪽 눈을 마저 ..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3.07
행복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한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3.06
휘청거리는 오후 /최순자 휘청거리는 오후 /최순자 빌딩 로비 커다란 거울 속 중년 여인 마주보며 누구신지요 무심코 대답한 말 나는 여자 그리고 중년 바람이 가슴을 날카롭게 할퀸다 창 너머 가을 하늘 한가롭고 휘청거리는 오후 거울 속 여인이 다시 묻는다 당신은 누구세요? 나는 산골 소녀 이슬로 머리 감고 달빛에 목욕하..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3.04
제비꽃 꽃잎 속 - 김명리 제비꽃 꽃잎 속 - 김명리 퇴락한 절집의 돌계단에 오래 웅크리고 돌의 틈서리를 비집고 올라온 보랏빛 제비꽃 꽃잎 속을 헤아려본다 어떤 슬픔도 삶의 *산막 같은 몸뚱어리를 쉽사리 부서뜨리지는 못 했으니 제비꽃 꽃잎 속처럼 나 벌거벗은 채 천둥치는 빗속을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내 몸을 휩싸는 ..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3.04
꽃은 / 이구학 꽃은 / 이구학 꽃은… 피는 게 아냐 그리움이 터진 거지… 내 온몸의 피가 피가 열꽃 되어 터진 게야… 꽃비로 당신 적시려 혼(魂)을 활활 태운 게야…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3.04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3.02
빈집의 약속 / 문태준 빈집의 약속 /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좋은 시 느낌하나 2008.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