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찔레꽃에서. 나는 한 그루 찔레꽃을 찾고 있었다. 가라앉은 어둠 번지는 종소리 보리 팬 언덕 그 소녀를 찾고 있었다. 보도는 불을 뿜고 가뭄은 목을 태워 마주치면 사람들은 눈길을 피했다. 겨울은 아직 멀다지만 죽음은 다가오고 플라타너스도 미루나무도 누렇게 썩었다. 늙은이들은 잘린 느티나무에 붙어 깊고 ..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
서정주, 봄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 우에 혼령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도라..... 아무 病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 있아야겠다. ----서정주, 봄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
오세영.이별의 날에 이제 붙들지 않을란다. 너는 복사꽃처럼 져서 저무는 봄 강물 위에 하롱하롱 날려도 좋다 아니면 어느 이별의 날에 네 뺨을 적시던 눈물의 흔적처럼 고운 아지랑이 되어 푸른 하늘을 어른거려도 좋다 --오세영.이별의 날에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
정지용, 무어래요. 한 고개 넘어 우리집. 앞문으로 오시지는 말고 뒤 ㅅ 동산 새이 t 길로 오십쇼. 늦은 봄날 복사꽃 연분홍 이슬비가 나리시거든 뒤 ㅅ 동산 새이 t 길로 오십쇼. 바람 피해 오시는 이처럼 들레시면 누가 무어래요? --정지용, 무어래요.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
나리나리 개나리에서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 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 없이 꺽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 봄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
김사인, 개나리 한번은 보았던 듯도 해라 황홀하게 자지라드는 저 현기증과 아우성 소리 내 목숨 샛노란 병아리 때 되어 순결한 입술로 짹짹거릴 때 그때쯤 한번은 우리 만났던 듯도 해라 몇 날 몇 밤을 그대 눈 흡떠 기다렸을 것이나 어쩔거나 그리운 얼굴 보이지 않으니 4월하늘 현기증 나는 비수로다 그대 아뜩한 절..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9
갈대의 노래 갈대의 노래 - 詩 : 윤 예 주 - 잃어버린 꿈들이 촉촉이 젖어오는 갈대밭에 찬연스레 아침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사돈처럼 찾아온 아픈 기억들이 열병을 앓듯, 사각대던 이별의 노래가 가슴만 적시는데 등골을 타고 또 다시 가슴에 녹아들면 댓잎엔 수옥(水玉)같은 이슬이 방울방울 맺히고 느낌으로 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5
선인장/이선영 선인장/이선영 내 안에 들어오면 모든 꽃들의 잎은 가시로 변한다 바람이 불면 눈송이나 꽃가루 나뭇잎사귀 아닌 모래와 먼지만 자욱이 날아다닌다 잎을 버리는 꽃들은 제 몸에 날카로운 가시를 꽂고 잎을 버리지 못하는 꽃들은 제 이파리를 부여안은 채 말라죽곤 한다 내 안의 사막에서 원(怨)을 품고..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5
철새 / 감태준 철새 / 감태준 바람에 몇 번 뒤집힌 새는 바람 밑에서 놀고 겨울이 오고 겨울 뒤에서 더 큰 겨울이 오고 있었다 “한번……” 우리 사는 바닷가 둥지를 돌아보며 아버지가 말했다 “고향을 바꿔 보자” 내가 아직 모르는 길 앞에서는 달려갈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때, 아버지는 바람에 묻혀 날로 조그..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5
어린 것 / 나희덕 어린 것 / 나희덕 어디서 나왔을까 깊은 산길 갓 태어난 듯한 다람쥐새끼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맑은 눈빛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고집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은 내 앞에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젖이 차올.. 좋은 시 느낌하나 200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