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 감태준
바람에 몇 번 뒤집힌 새는
바람 밑에서 놀고
겨울이 오고
겨울 뒤에서 더 큰 겨울이 오고 있었다
“한번……”
우리 사는 바닷가 둥지를 돌아보며
아버지가 말했다
“고향을 바꿔 보자”
내가 아직 모르는 길 앞에서는
달려갈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때,
아버지는 바람에 묻혀
날로 조그맣게 멀어져 가고,멀어져 가는 아버지를 따라
우리는 온몸에 날개를 달고
날개 끝에 무거운 이별을 달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환한 달빛 속
첫눈이 와서 하얗게 누워 있는 들판을 가로질러
내 마음의 한가운데
아직 누구도 날아가지 않은 하늘을 가로질러
우리는 어느새
먹물 속을 날고 있었다.
“조심해라, 얘야”
앞에 가던 아버지가 먼저 발을 헛딛었다
발 헛딛은 자리,
서울이었다
-----------------------------------------------------------------
가을이 깊고 깊어서 싸늘한 北風이 휘몰아쳐 오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시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감태준의「철새」가 그것이지요.
아마도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로 나온 분들,
혹은 지역 도시에서 살다가 서울로 삶을 찾아 떠나오신 분들이라면,
이 시가 공감을 던져 주는 바 크리라고 생각됩니다.
생각해 보면 사실 그 누구이거나 지상 위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 시에 등장하는 철새의 모습과 흡사하지
않을까 합니다. 온갖 풍파로 이어지는 이 땅의 가난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바로〈바람에 몇 번 뒤집힌 새/바람 밑에서 놀고〉있는
새와 유사한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몸밖에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밀려서 또는 어딘가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곳을 찾아
옮겨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몸 하나밖에 날개 하す謗?갖고 있지 못한 철새가족들에게
겨울은 무서운 시련이고 고통일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기에 이 시에 등장하는 철새가족들은 바닷가 둥지를 떠나서
어디론가 새 삶을 찾아 날아가게 된 것이지요.
이 철새가족이 '먹물'로 상징되는 어둡고 절망적인
현실의 풍랑 속을 헤쳐 날아간 곳은 과연 어디였겠습니까?
그곳은 겉보기엔 화려하고 풍성한 대도시지만 알고 보면
더욱 어둡고 고단한 삶의 자리, 바로 '서울' 이었던 것입니다.
앞장서서 날아가던 아버지 철새가〈발을 헛딛은 자리〉서울은,
이들 철새가족이 새 삶을 꾸려, 이 세상을 헤쳐나가기에는
너무도 거대하고 위압적인 장소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이 깊은 가을밤에도 무서리 내리는 비인 하늘을
새로운 삶의 둥지를 찾아서 날아가고 있는 철새가족들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바람에 몇 번 뒤집힌 새는
바람 밑에서 놀고
겨울이 오고
겨울 뒤에서 더 큰 겨울이 오고 있었다
“한번……”
우리 사는 바닷가 둥지를 돌아보며
아버지가 말했다
“고향을 바꿔 보자”
내가 아직 모르는 길 앞에서는
달려갈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때,
아버지는 바람에 묻혀
날로 조그맣게 멀어져 가고,멀어져 가는 아버지를 따라
우리는 온몸에 날개를 달고
날개 끝에 무거운 이별을 달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환한 달빛 속
첫눈이 와서 하얗게 누워 있는 들판을 가로질러
내 마음의 한가운데
아직 누구도 날아가지 않은 하늘을 가로질러
우리는 어느새
먹물 속을 날고 있었다.
“조심해라, 얘야”
앞에 가던 아버지가 먼저 발을 헛딛었다
발 헛딛은 자리,
서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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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고 깊어서 싸늘한 北風이 휘몰아쳐 오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시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감태준의「철새」가 그것이지요.
아마도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로 나온 분들,
혹은 지역 도시에서 살다가 서울로 삶을 찾아 떠나오신 분들이라면,
이 시가 공감을 던져 주는 바 크리라고 생각됩니다.
생각해 보면 사실 그 누구이거나 지상 위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 시에 등장하는 철새의 모습과 흡사하지
않을까 합니다. 온갖 풍파로 이어지는 이 땅의 가난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바로〈바람에 몇 번 뒤집힌 새/바람 밑에서 놀고〉있는
새와 유사한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몸밖에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밀려서 또는 어딘가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곳을 찾아
옮겨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몸 하나밖에 날개 하す謗?갖고 있지 못한 철새가족들에게
겨울은 무서운 시련이고 고통일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기에 이 시에 등장하는 철새가족들은 바닷가 둥지를 떠나서
어디론가 새 삶을 찾아 날아가게 된 것이지요.
이 철새가족이 '먹물'로 상징되는 어둡고 절망적인
현실의 풍랑 속을 헤쳐 날아간 곳은 과연 어디였겠습니까?
그곳은 겉보기엔 화려하고 풍성한 대도시지만 알고 보면
더욱 어둡고 고단한 삶의 자리, 바로 '서울' 이었던 것입니다.
앞장서서 날아가던 아버지 철새가〈발을 헛딛은 자리〉서울은,
이들 철새가족이 새 삶을 꾸려, 이 세상을 헤쳐나가기에는
너무도 거대하고 위압적인 장소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이 깊은 가을밤에도 무서리 내리는 비인 하늘을
새로운 삶의 둥지를 찾아서 날아가고 있는 철새가족들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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