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풀잎에게 / 이성목

종이연 2007. 9. 30. 22:41
풀잎에게 / 이성목



바람이 그대를 흔들고 갔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그대가 꼿꼿하지 못
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울음을 그대가 참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대
가 한순간에 바람을 흔들었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그대 티끌이 되어 눈 속에 콕 박히는 느낌, 생각해보니 소식보다는
언제나 전율이 먼저 옵니다. 그렇습니다. 그대가 초록에 물 드는 시간
을 평정한다는 가을입니다.

모든 소식 끊어주십시오. 이제 불멸을 약속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대를 대신하여 참아줄 울음이 내 안에도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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