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산 경 -도 종환

종이연 2007. 11. 8. 17:51
산 경

---도 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이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해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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