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에게 부침
언제나 지쳐서 돌아오면 가을이었다.
세상은 여름 내내 나를 물에 빠뜨리다가
그냥 아무 정거장에나 툭 던져놓고
저 혼자 훌쩍 떠나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면
나를 보고 빨갛게 웃던 맨드라미
그래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었다.
단지 붉은 잇몸 미소만으로도 다 안다는
그 침묵의 그늘 아래
며칠쯤 푹 잠들고 싶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쓸며 일어서는 길에
빈혈이 일 만큼 파란 하늘은 너무 멀리 있고
세월은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 변방의 길 휘어진 저쪽 물끄러미 바라보면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문을 여는 텅 빈 방처럼
흐드득 묻어나는 낯설고도 익숙한 고독에 울컥 눈물나는 가을
덥수룩한 웃음을 지닌 산도적 같은 사내가 되고 싶었습니다.
혹시 서 있다가 아름답도록 아픈 사람을 만나면 불러주십시오.
권대웅 詩集(문학동네 시집.67)
『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 』에서
언제나 지쳐서 돌아오면 가을이었다.
세상은 여름 내내 나를 물에 빠뜨리다가
그냥 아무 정거장에나 툭 던져놓고
저 혼자 훌쩍 떠나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면
나를 보고 빨갛게 웃던 맨드라미
그래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었다.
단지 붉은 잇몸 미소만으로도 다 안다는
그 침묵의 그늘 아래
며칠쯤 푹 잠들고 싶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쓸며 일어서는 길에
빈혈이 일 만큼 파란 하늘은 너무 멀리 있고
세월은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 변방의 길 휘어진 저쪽 물끄러미 바라보면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문을 여는 텅 빈 방처럼
흐드득 묻어나는 낯설고도 익숙한 고독에 울컥 눈물나는 가을
덥수룩한 웃음을 지닌 산도적 같은 사내가 되고 싶었습니다.
혹시 서 있다가 아름답도록 아픈 사람을 만나면 불러주십시오.
권대웅 詩集(문학동네 시집.67)
『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 』에서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서한 1 (0) | 2008.03.13 |
---|---|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0) | 2008.03.13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0) | 2008.03.13 |
아침마다 눈을 뜨면.... (0) | 2008.03.13 |
마음놓고 (0) | 2008.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