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팔월 연못에서/주용일

종이연 2022. 8. 2. 21:03

팔월 연못에서

 

주용일

시절 만난 연꽃 피었다
그 연꽃 아름답다 하지 마라
더러움 딛지 않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오욕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삶 어디 있으랴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음부에서 피어난 꽃송이다

애초 생명의 자리는
늪이거나 뻘이거나 자궁이거나
얼마큼 질척이고 얼마쯤 더럽고
얼마쯤 냄새나고 얼마쯤 성스러운 곳이다

진흙 속의 연꽃 성스럽다 하지 마라
진흙 구멍에 처박히지 않고
진흙 구멍에 뿌리박지 않은 생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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