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내력
이대흠
땡감 덩굴이 많은 숲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갈퀴나무를 하러
자주 왔던 곳 무덤만 즐비하다 자벌레 한 마리 가던 길 끝에서
머뭇거린다 나는 여기서 끝났을까 몸을 구부리는 벌레의 물음
표, 나는 물것의 사상을 모른다
계곡은 낮아지며 깊어진다 나는 송피를 먹지 않았고 할아버
지의 구루마를 타 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것이 나의 세계관 가을이여 기억의 힘으로 타오르는 붉은 잎새
들이여 당대는 괴롭다 소나무 뿌리가 박힌 버려진 무덤에서 누
군가가 나올 것만 같다 신화가 된 선조들 문득 낯선 사내 하나
말을 타고 나오면 아으 다롱디리 노래를 할까
해가 지더라도 저 석양의 이빨에 한 사흘 물렸으면
占으로 써 내리는 가을 저문 숲에서
나는 너의 인생에 의무가 없다 아들아
고집불통의 조상들은 끝까지 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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