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정일근
내 유년의 7월에는 냇가 잘 자란 미루나무 한 그루 솟아오르고
또 그 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내려와
어린 눈동자 속 터져나갈 듯 가득 차고
찬물들은 반짝이는 햇살 수면에 담아 쉼없이 흘러갔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착한 노래들도 물고기들과 함께 큰 강으로 헤엄쳐 가버리면
과수원을 지나온 달콤한 바람은
미루나무 손들을 흔들어 차르르차르르
내 겨드랑에도 간지러운 새잎이 돋고
물아래까지 헤엄쳐가 누워 바라보는 하늘 위로
삐뚤삐뚤 헤엄쳐 달아나던 미루나무 한 그루.
달아나지 마 달아나지 마 미루나무야,
귀에 들어간 물을 뽑으려 햇살에 데워진 둥근 돌을 골라 귀를 가져다대면
허기보다 먼저 온몸으로 퍼져오던 따뜻한 오수,
점점 무거워져오는 눈꺼풀 위로
멀리 누나가 다니는 분교의 풍금소리 쌓이고
미루나무 그늘 아래에서 7월은 더위를 잊은 채 깜빡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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