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여름의 구심력 / 박연준

종이연 2024. 8. 17. 22:15

여름의 구심력

 

박연준

나뭇잎은 걸을 수 없다 묶일 발이 없고

손과 목과 얼굴이 없다

이파리에 돋은 맥은 여름이 숨긴 지도다

푸른 것들은 떨어질 일 염두에 두지 않으니

어쩌면 좋을까

버드나무 아래 머리카락을 떨어뜨리고

가는 사람

투명하게,

길어지는 꼬리

떠난 공들이 돌아오고

태어난 자리에서 맹세사 사그라질 때

어떤 여름은 영원 속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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