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십일월의 데생 /이규봉​

종이연 2024. 11. 3. 21:28

십일월의 데생

 

이규봉​


계절이 비스듬히 기울어져있다


마른 수초가 듬성듬성한 마른 연못엔
시월이 동전처럼 가라앉아 있고
십일월이 둥둥 떠 있다


분수는 분수도 모른 채 춤을 추고
비단잉어가 물 위에 떠 있는
십일월의 노란 잎사귀를 물어뜯는다


제 어미의 죽음이
새 어미의 플러그와 아무 접속이 없는데도
비단잉어는 가시 지느러미를 곧추세운다
  
그녀는 문장 끝 물음표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지평보다 낮은 곳을 향하여
담담히 제 빛깔로 걸어가고 있다


붉은 단풍이 초록 잎에 눈길 주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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