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52

4월 /장석주

4월  장석주  금치산자 같은 4월이 왔다간다사는 게 왜 이렇게 시시하지?하는 얼굴을 하고 방부 처리되지 않은 추억들이질척거리는 침출수를삶의 빈 틈으로 조금씩 흘러보낸다 개척자는 아니지만 무능이뼈에 사무치는 것은일품요리 같은 여자와의 연애가곧 끝나고 말리라는 예감 때문이다 무능과 게으름은내 삶에 붙은 이면옵션이다 나쁜 패를 잡고 전전긍긍하는 노름꾼에게도4월이 오고 내게도사지를 절단한 편지가 도착하고끔찍한 날들이 이어진다 머리 없는 남자가낚시터로 가는 길을 묻는다

4월 /위선환

4월  위선환  햇빛 내리는 소리가 자욱하네요수풀 밑에까지 빛살이 내려와서 푸르고 밝아요가지 마디마다 망울을 부풀리고 터트리는 어린 싹들,눈꺼풀에 쏟아지는 햇살이 부시어 고갯짓도 하네요갓 핀 싹들이 얼마나 부지런히 속잎을 비벼대는지,숨어 있는 작은 손들이 얼마나 많은 잎새를 피우는지요내 내부의 마디마디에서 불꽃이 일어요몸 안에 닿은 빛이 일순에 발광했어요환하고 물밑이듯 조용하네요내가 들어있던 어머니 몸 안이 이랬지요눈도 귀도 잠겨 있었지만 물이 빠지는 소리어머니 몸 열리는 소리가 다 들렸어요내 생명으로 들어오는 빛살이 보였어요 그래요. 빛살 푸른 거기쯤이면 어머님이 계실 듯 싶네요갓 낳은 누이를 묻고 나서 바람소리만 듣던 어머니작은 씨앗이거나 흰 풀꽃이거나 내 어릴 적 주린 허리를 꺽던 쑥나물 잎이 되었..

오늘(2025,4,8)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8,23) 주님!제가 이 세상에 속하지 않게 하소서제 머리 위에 항상 당신을 모시고, 당신께 속하게 하소서.당신 품이 제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당신 사랑의 손길로, 저를 바꾸소서.당신 빛으로, 제 안에 새겨진 당신 형상을 드러내소서.당신은 저의 주님, 저의 전부이오니 당신께만 속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5.04.08

4월 / 오세영

4월  오세영  언제 우리 소리 그쳤던가문득 내다보면4월이 거기 있어라우르르 우르르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가고언제 먹구름 개었던가문득 내다보면푸르게 비찬는 강물4월은 거기 있어라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열병의 뜨거운 입술이꽃잎으로 벙그는 4월눈뜨면 문득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지고돌아보면 문득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