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699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 안톤 슈나크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안톤 슈나크 시냇가에 앉아보자될 수 있으면 너도밤나무 숲 가까이앉아 보도록 하자 한 쪽 귀로는 여행길 떠나는시냇물 소리에 귀기울이고다른 쪽 귀로는 나무 우듬지의 잎사귀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는 모든 걸 잊도록 해보자우리 인간의 어리석음 질투 탐욕 자만심결국에는 우리 자신마저도사랑과 죽음조차도 포도주의 첫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사랑스런 여름 구름 시냇물 숲과언덕을 돌아보며우리들의 건강을 축복하며건배하자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나무여, 나는 안다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맑고 깨끗한 물소리는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푸른 6월의 나무여

6월 / 황금찬

6월  황금찬​6월은녹색 분말을 뿌리며하늘 날개를 타고 왔느니. 맑은 아침뜰 앞에 날아와 앉은산새 한 마리낭랑한 목청이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꽃보다 아름다워라.마음에 하늘을 담고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벽 저만한 위치에바람 없이 걸려 있다. 지금 이 하늘에6월에 가져온한 폭의 풍경화를나는 이만한 거리에서바라보고 있다.

유월의 햇살 / 신석종

유월의 햇살 신석종 지금, 밖을 보고 있나요?햇살이 투명하고 눈부십니다누군가 내게 준 행복입니다 하늘에는 햇살이 닿아 있고땅으로는 지열이 닿아 있습니다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입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우리손 잡고, 길을 걷지는 못하겠지만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랍니다 삼월에 새싹 돋고유월에 곧은 햇살 쪽쪽 내리꽂히는이 세상은, 그래서 나에게는화사하고 눈부신 낙원입니다 당신이 오로지 내게만, 문 열어 준그 낙원에서, 나 살고 있습니다

나의 6월은 /김재진

나의 6월은 김재진 산다고 살아지고죽는다고 죽어지나괜한 성질머리 하구는억울해서 어찌 사는가 느긋하게 살고 지면더없이 좋으려나기운마저 바닥이라초저녁달도 조는가 어진 벗들도 하나들 가버리고점잖게 남짓이 좋겠냐마는유유자적은 고사하고술병만 쌓여가 급한 마음에 허우적거려봐야소용돌이만 심해지는가나비처럼 사뿐사뿐 날아서더디 가면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