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 / 나태주 유월에 나태주 말없이 바라 보아주시는 것만으로도나는 행복합니다 때때로 옆에 와서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따뜻합니다 산에 들에 하이얀 무찔레꽃울타리에 넝쿨장미 어우러져 피어나는유월에 그대 눈길에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는황홀합니다 그대 생각 가슴속에안개 되어 피어오름만으로도나는 이렇게 가득합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6.13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 안톤 슈나크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안톤 슈나크 시냇가에 앉아보자될 수 있으면 너도밤나무 숲 가까이앉아 보도록 하자 한 쪽 귀로는 여행길 떠나는시냇물 소리에 귀기울이고다른 쪽 귀로는 나무 우듬지의 잎사귀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는 모든 걸 잊도록 해보자우리 인간의 어리석음 질투 탐욕 자만심결국에는 우리 자신마저도사랑과 죽음조차도 포도주의 첫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사랑스런 여름 구름 시냇물 숲과언덕을 돌아보며우리들의 건강을 축복하며건배하자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6.12
6월엔 내가 / 이해인 6월엔 내가 이해인 숲 속에 나무들이일제히 낯을 씻고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빨갛게 목타는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흠뻑 취하는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하얗게 쏟아버린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사랑하는 이를 위해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찬 비 맞아도 좋은바위가 된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6.11
6월에는 / 나명욱 6월에는 나명욱 6월에는평화로워지자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쉬면서 가자 되돌아보아도늦은 날의후회 같은 쓰라림이어도꽃의 부드러움으로 사는 일가슴 상하고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그래서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품었던 소망들도사라진 날들만큼 내려놓고먼 하늘 우러르며 쉬면서 가자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6.10
6월/반기룡 6월 반기룡푸른 제복 입고저벅저벅 걸어오시네푸른 면류관에치렁치렁 매달린연둣빛 이파리가벙긋 인사를 하고거북등처럼 투박했던갈참나무 등허리도함지박만 한 잎사귀코끼리 귀 나풀거리듯시종일관 바람에 맞춰진양조 장단으로 춤을 추네푸른 숲을 헤치며산새는 유성처럼 날아가고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6.07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나무여, 나는 안다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맑고 깨끗한 물소리는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푸른 6월의 나무여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6.06
6월 / 황금찬 6월 황금찬6월은녹색 분말을 뿌리며하늘 날개를 타고 왔느니. 맑은 아침뜰 앞에 날아와 앉은산새 한 마리낭랑한 목청이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꽃보다 아름다워라.마음에 하늘을 담고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벽 저만한 위치에바람 없이 걸려 있다. 지금 이 하늘에6월에 가져온한 폭의 풍경화를나는 이만한 거리에서바라보고 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6.05
6월의 꿈 /박기만 6월의 꿈 박기만 봄이 왔다고 좋아했는데벌써 여름이 오고 있다꽃구경도 가보지 못하고 영화 같은 사랑도 꿈이던가젊은 시절 다 지나가 버렸으니내 청춘도 꽃과 같구나 산다는 게 무엇인지세월은 바람같이 흘러가니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 늦지도 이르지도 아니한6월처럼 거기서만 있거라내 더는 늙지도 젊지도 않게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6.04
유월의 햇살 / 신석종 유월의 햇살 신석종 지금, 밖을 보고 있나요?햇살이 투명하고 눈부십니다누군가 내게 준 행복입니다 하늘에는 햇살이 닿아 있고땅으로는 지열이 닿아 있습니다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입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우리손 잡고, 길을 걷지는 못하겠지만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랍니다 삼월에 새싹 돋고유월에 곧은 햇살 쪽쪽 내리꽂히는이 세상은, 그래서 나에게는화사하고 눈부신 낙원입니다 당신이 오로지 내게만, 문 열어 준그 낙원에서, 나 살고 있습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6.03
나의 6월은 /김재진 나의 6월은 김재진 산다고 살아지고죽는다고 죽어지나괜한 성질머리 하구는억울해서 어찌 사는가 느긋하게 살고 지면더없이 좋으려나기운마저 바닥이라초저녁달도 조는가 어진 벗들도 하나들 가버리고점잖게 남짓이 좋겠냐마는유유자적은 고사하고술병만 쌓여가 급한 마음에 허우적거려봐야소용돌이만 심해지는가나비처럼 사뿐사뿐 날아서더디 가면 좋으리라.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