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687

4월에서 5월로 / 하종오

4월에서 5월로   하종오  봄의 번성을 위해 싹틔운 너는나에게 개화하는 일을 물려주었다아는 사람은 안다이 세상 떠도는 마음들이한마리 나비되어 앉을 곳 찾는데인적만 남은 텅빈 한길에서 내가왜 부르르 부르르 낙화하여 몸떨었는가남도에서 꽃샘바람에 흔들리던 잎새에보이지 않는 신음소리가 날 때마다피같이 새붉은 꽃송이가 벙글어우리는 인간의 크고 곧은 목소리를 들었다갖가지 꽃들 함께 꽃가루 나눠 살려고향기 내어 나비떼 부르기도 했지만너와 나는 씨앗을 맺지 못했다이 봄을 아는 사람은 이 암유도 안다여름의 눈부신 녹음을 위해우리는 못다 핀 꽃술로 남아 있다

4월의노래 /곽재구

4월의노래  곽재구  4월이면등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며첼로 음악을 듣는다바람은마음의 골짜기골짜기를 들쑤시고구름은 하늘의큰 꽃잎 하나로마음의 불을 가만히 덮어주네노래하는 새여너의 노래가 끝난 뒤에내 사랑의 노래를다시 한번 불러다오새로 돋은 나뭇잎마다반짝이는 연둣빛 햇살처럼찬란하고 서러운그 노래를 불러다오

4월의 소리 /유안진

4월의 소리 유안진 밤잠을 설친다 밤이슬에 묻어서 따라 내리는 별무리 떼지어 오고 가는 발자국 소리 덧문을 치고 가는 바람결 타고 오는 소리 촉 트고 움돋고 새순 터지는 소리 소리에 새벽잠도 설친다 아기 종 꾸러미 째로 마구 흔들어 쌓는 개나리꽃 피는 소리 탓에 가래 끓어 밭은 기침 연신 뱉어내는 소리 탓에 수유리 돌밭에서 잠든 돌들 깨어 일어나는 소리 탓에

4월 엽서 /정일근

4월 엽서 정일근 막차가 끝나기 전에 돌아가려 합니다 그곳에는 하마 분분한 낙화 끝나고 지는 꽃잎 꿏잎 사이 착하고 어린 새 잎들 눈뜨고 있겠지요 바다가 보이는 교정 4월 나무에 기대어 낮은 휘파람 불며 그리움이 시편들을 날려보내던 추억의 그림자가 그곳에 남아 있습니까 작은 바람 한 줌에도 온 몸으로 대답하던 새 잎들처럼 나는 참으로 푸르게 시의 길을 걸어 그대 마을로 가고 싶었습니다 날이 저물면 바다로 향해 난 길 걸어 돌아가던 옛집 진해에는 따뜻한 저녁 불빛 돋아나고 옛 친구들은 잘 익은 술내음으로 남아 있겠지요 4월입니다 막차가 끝나기 전에 길이 끝나기 전에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4월에 내리는 눈 / 조준수

4월에 내리는 눈 조준수 이곳 태백에는 4월에도 눈이 내린다 모시적삼과도 같은 서걱거림으로 찾아온 4월의 눈은 아침 햇살에 더불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산녁 그늘진 곳에 편지처럼 남아 봄소식을 그리는 우리들에게 기다림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4월에 눈이 내린 신설의 아침은 나뭇가지에 서려 지난 겨울을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한줄기 추억 선물 남기고 찬란한 아침 속으로 사라져 간다 ....

4월, 그 주말의 풍경 /김용재

4월, 그 주말의 풍경 김용재 그래도 비루한 시침의 속도를 꺼놓고 충청남도 금산군 군북면, 산벚꽃 축제 한다는 두메 산길 들어선다 기둥 하나 버티고, 눕는 듯 기운집 마당에 새소리도 떠나고 풀포기 성성한 것 눈에 찔린다 옛날 이방이 나와 궁벽한 청렴 읊조릴 듯 세월의 간격 참 멀기도 한데 곁눈질하며 4월은 빨리 왔을까 산벚꽃 아직 눈망울만 내밀고 있다 옆에선, 중국산 황사 바람 달라붙어 억세게 이 땅의 봄을 뒤집고 외팔이 포크레인이 자꾸만 세상을 까엎고 있다

4월歌, 봄봄봄 /유안진

4월歌, 봄봄봄 유안진 붉은 꽃을 바라보며 오도카니 앉아 턱 괴고 앉아 묻는다 아직도 사랑하느냐고 초록 잎새 만져 보다가 눈을 감고 가슴에 손 얹고 묻는다 아직도 미워하느냐고 심장이 죽음을 보아야 뜨거워질까 심장아 네게로 열리는 마음 확인하고 거듭 확인하는 눈물 눈물의 봄비 속에 뻑, 뻐꾹 쇠망치 소리 마음 대문짝에 못질하는 망치 소리 이성의 꾸짖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