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699

유월의 시/김남조

유월의 시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부는 바람일까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고마운 햇빛은 기름인 양하고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온다.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잔물결 큰 물결의출령이는 바다인가도 싶고은물결 금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보리밭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오월의 끝자락을 /김일선

오월의 끝자락을 김일선 비 개인 오후이슬비 머금은 수 백송이 넝쿨 장미 활짝 벌려 한껏 품어낸 향기가송이송이 엉켜 부풀어 올라속살을 들어내 보인 채회색 빛 도시의 하늘 미풍 따라서재 창가에 스미어든다 오월의 끝자락에 감긴 향기는사무친 그리움에 저미는 가슴돌아보는 세월만큼 긴 터널 속어두운 추억에 한 줄기 빛이 되는 구나 내 영혼을 부르던 그대 강열한 눈빛이제는 마주칠 수 없지만소리 없이 날리는 꽃비 속에밀어인양 귓가에 듣고 싶다 노을 없이 어두워진 골목 하늘가로등 아래 검붉은 색의 변조는또 한 폭의 끝자락을 감추려 하는가? 아! 오월의 끝자락을-----

오월 아침 /김영랑

오월 아침 김영랑 비 개인 5월 아침혼란스런 꾀꼬리 소리찬엄(燦嚴)한 햇살 퍼져 오릅내다 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즈음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한 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이 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마는이 아침 새 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저리 부드러웁고발목은 포실거리어접힌 마음 구긴 생각 이제 다 어루만져졌나보오 꾀꼬리는 다시 창공을 흔드오자랑찬 새 하늘을 사치스레 만드오사향(麝香) 냄새도 잊어버렸대서야불혹이 자랑이 아니 되오아침 꾀꼬리에 안 불리는 혼이야새벽 두견이 못 잡는 마음이야한낮이 정밀하단들 또 무얼하오 저 꾀꼬리 무던히 소년인가 보오새벽 두견이야 오-랜 중년이고내사 불혹을 자랑턴 사람.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있고 싶다.오로지 서로에게 사무친 채향기로운 꽃 이파리들이 늘어선 불꽃 사이로하얀 자스민 흐드러진 정자까지 거닐고 싶다.그곳에서 오월의 꽃들을 바라보고 싶다.그러면 마음속 온갖 소망들도 잠잠해지고피어나는 오월의 꽃들 한가운데서 행복이 이루어지리라.내가 원하는 그 커다란 행복이.

푸른 오월/ 노천명

푸른 오월  노천명청자빛 하늘이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연못 창포 잎에여인네 맵시 위에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라일락 숲에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내가 왠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풀 냄새가 물씬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나는팥나물 호박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랑아.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서러운 노래를 부르자.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오월의 창공이여!나의 태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