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686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나무여, 나는 안다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맑고 깨끗한 물소리는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푸른 6월의 나무여

6월 / 황금찬

6월  황금찬​6월은녹색 분말을 뿌리며하늘 날개를 타고 왔느니. 맑은 아침뜰 앞에 날아와 앉은산새 한 마리낭랑한 목청이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꽃보다 아름다워라.마음에 하늘을 담고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벽 저만한 위치에바람 없이 걸려 있다. 지금 이 하늘에6월에 가져온한 폭의 풍경화를나는 이만한 거리에서바라보고 있다.

유월의 햇살 / 신석종

유월의 햇살 신석종 지금, 밖을 보고 있나요?햇살이 투명하고 눈부십니다누군가 내게 준 행복입니다 하늘에는 햇살이 닿아 있고땅으로는 지열이 닿아 있습니다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입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우리손 잡고, 길을 걷지는 못하겠지만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랍니다 삼월에 새싹 돋고유월에 곧은 햇살 쪽쪽 내리꽂히는이 세상은, 그래서 나에게는화사하고 눈부신 낙원입니다 당신이 오로지 내게만, 문 열어 준그 낙원에서, 나 살고 있습니다

나의 6월은 /김재진

나의 6월은 김재진 산다고 살아지고죽는다고 죽어지나괜한 성질머리 하구는억울해서 어찌 사는가 느긋하게 살고 지면더없이 좋으려나기운마저 바닥이라초저녁달도 조는가 어진 벗들도 하나들 가버리고점잖게 남짓이 좋겠냐마는유유자적은 고사하고술병만 쌓여가 급한 마음에 허우적거려봐야소용돌이만 심해지는가나비처럼 사뿐사뿐 날아서더디 가면 좋으리라.

유월의 시/김남조

유월의 시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부는 바람일까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고마운 햇빛은 기름인 양하고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온다.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잔물결 큰 물결의출령이는 바다인가도 싶고은물결 금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보리밭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오월의 끝자락을 /김일선

오월의 끝자락을 김일선 비 개인 오후이슬비 머금은 수 백송이 넝쿨 장미 활짝 벌려 한껏 품어낸 향기가송이송이 엉켜 부풀어 올라속살을 들어내 보인 채회색 빛 도시의 하늘 미풍 따라서재 창가에 스미어든다 오월의 끝자락에 감긴 향기는사무친 그리움에 저미는 가슴돌아보는 세월만큼 긴 터널 속어두운 추억에 한 줄기 빛이 되는 구나 내 영혼을 부르던 그대 강열한 눈빛이제는 마주칠 수 없지만소리 없이 날리는 꽃비 속에밀어인양 귓가에 듣고 싶다 노을 없이 어두워진 골목 하늘가로등 아래 검붉은 색의 변조는또 한 폭의 끝자락을 감추려 하는가? 아! 오월의 끝자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