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아침 /오규원 4월과 아침 오규원 나무에서 생년월일이 같은 잎들이 와르르 태어나 잠시 서로 어리둥절하네 밤새 젖은 풀 사이에 서 있다가 몸이 축축해진 바람이 풀밭에서 나와 나무 위로 올라가 있네 어제 밤하늘에 가서 별이 되어 반짝이다가 슬그머니 제 자리로 돌아온 돌들이 늦은 아침 잠에 단단하게 들어있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4.14
4월 /조창환 4월 조창환 내소사 앞 마당에 분홍 겹동백 달빛 내린 봄밤에 벙긋 웃는다 ㅡ 내 다 안다 ㅡ 청대숲 흔들던 바람 건너 산 흰 산목련을 끌어안는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4.12
4월 /정영애 4월 정영애 사랑을 한 적 있었네 수세기 전에 일어났던 연애가 부활되었네 꽃이 지듯 나를 버릴 겸심을 그때 했네 모자란 나이를 이어가며 서둘러 늙고 싶었네 사랑은 황폐했지만 죄 짓는 스무 살은 아름다웠네 자주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곤 했었네 활활 불 지르고 싶었네 나를 엎지르고 싶었네 불쏘시개로 희박해져가는 이름 일으켜 세우고 싶었네 그을린 머리채로 맹세하고 싶었네 나이를 먹지 않는 그리움이 지루한 생에 그림을 그리네 기억은 핏줄처럼 돌아 길 밖에 있는 스무 살, 아직 풋풋하네 길어진 나이를 끊어내며 청년처럼 걸어가면 다시 필사적인 사랑이 시작될까 두근거리네 습지 속 억새처럼 우리 끝내 늙지 못하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4.11
4월 /이응준 4월 이응준 내가 기차같이 별자기같이 느껴질때 슬며시 잡은 빈 손을 놓았다 누군가 속삭였다 어쩔 수 없을 거라고, 귀를 막은 나는 녹슨 피 속으로 가라 앉으면서 너의 여러 얼굴들을 되뇌었다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끓었다 어쩔 수 없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4.10
4월 /오세영 4월 오세영 언제 우리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가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비찬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지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4.09
4월 /변영숙 4월 변영숙 톡톡 버들강아지 눈튼다 홍매화...가지마다 홍등달고 앞산 진달래도 갸여히 가슴에 불당겼디 몽실 부푼 백목련 젖가슴에 배시시 곁눈질로 웃던 벚꽃도 그만 꽃눈 펑펑 난리가 났다 난데없이 덥친 비바람에 심통에 훌훌 땅바닥에 질펀한 저 아픈 사람들 오늘밤 남은 저 꽃들 또 다시 왕창 무너진다면...어쩌나 숨이 차 오른다 숨이 막 멎을 것 같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4.08
4월 /김용전 4월 김용전 얼었다 풀리는 노곤한 강물 위엔 아리운 불륜의 욕망이 흐르고 황소 눈물처럼 뚝뚝 지는 하얀 목련 아래 서면 어느 사랑이 영원하랴 문득 미소가 돌아 4월은 눈물 없이도 떠나기 좋은 계절 벚꽃 눈보라 치는 길 위에 서면 서러운 이별조차 눈이 부시어라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4.07
부활송 /구상 부활송 구상 죽어 썩은 것 같던 매화의 옛등걸에 승이릐 화관인 듯 꽃이 눈부시다 당신 안에 생명을 둔 만물이 저렇듯 죽어도 죽지 않고 또다시 소생하고 변신함을 보느니 당신이 몸소 부활로 증거한 우리의 부활이야 의심할 바 있으랴! 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 진리는 있는 것이며 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 달게 받는 고통은 값진 것이며 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 우리의 믿음과 바람과 사랑은 헛되지 않으며 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 우리의 삶은 허무의 수렁이 아니다 봄의 행진이 아롱진 지구의 어느 변두리에서 나는 우리의 부활로써 성취될 그날의 우리를 그리며 황홀에 취해 있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4.06
부활 /김용택 부활 김용택 ㅡ 4월에 피 묻어 선연한 새벽 낯빛들 찢긴 가슴 펄럭여 그리운 그 얼굴들 그리워 밤이면 밤마다 잠 못 이루고 날이면 날마다 걷던 걸음 우뚝우뚝 멈춰서는 소쩍새 길길이 울어 넘는 삼사오월 거 고갯길 펄펄 죽은 몸 펄펄 살아 잡는 손 풀뿌리 뿌리치며 한 많은 고개 산, 산 넘고 물, 물건너 훌훌 단숨에 타는 가슴 불길로 오라 못견디게 그리운 새벽 낯빛 그 고운 얼굴들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4.05
봄이여, 사월이여 /조병화 봄이여, 사월이여 /조병화 하늘로 하늘로 당겨오르는 가슴 이걸 생명이라고 할까 자유라고 할까 해방이라고 할까 4월은 이러한 힘으로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을 밖으로, 밖으로, 인생 밖으로 한없이, 한없이 끌어내며 하늘에 가득히 풀어놓는다 멀리 가물거리는 유혹인가 그리움인가 사랑이라는 아지랑인가 잊었던 꿈이 다시 살아난다 오, 봄이여, 4월이여 이 어지러움을 어찌하리 좋은 시 느낌하나 202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