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726

6월 / 황금찬

6월 황금찬 ​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느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청이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 있다. 지금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한 폭의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유월의 햇살 / 신석종

유월의 햇살 신석종 지금, 밖을 보고 있나요? 햇살이 투명하고 눈부십니다 누군가 내게 준 행복입니다 하늘에는 햇살이 닿아 있고 땅으로는 지열이 닿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입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우리 손 잡고, 길을 걷지는 못하겠지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랍니다 삼월에 새싹 돋고 유월에 곧은 햇살 쪽쪽 내리꽂히는 이 세상은, 그래서 나에게는 화사하고 눈부신 낙원입니다 당신이 오로지 내게만, 문 열어 준 그 낙원에서, 나 살고 있습니다

6월/김용택

6월 김용택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무 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유월의 언덕/ 노천명

유월의 언덕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 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 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6월에 /김춘수

6월에 김춘수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도 밝아오는가 밝아오는가 벽인지 감옥의 창살인지 혹은 죽음인지 그러한 어둠에 둘러싸인 작약 장미 사계화 금잔화 그들 틈 사이에서 수줍게 웃음 짓는 은발의 소녀 마가렛을 빈 꽃병에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자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 한동안 이는 것은 그것은 미풍일까 천의 나뭇잎이 일제치 물결치는 그것은 그러한 선율일까 이유 없이 막아서는 어둠보다 딱한 것은 없다 피는 혈관에서 궤도를 앓고 사람들의 눈은 돌이 된다 무엇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고슴도치의 바늘이 돋치는데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는 하늘의 비늘 돋친 구름도 두어 송이 와서는 머무는가

갯벌에 몰아치는 유월의 바람 /홍수희

갯벌에 몰아치는 유월의 바람 홍수희 다대포에서 시집을 읽는다 바다는 저만치 두고 주차장에 앉아 네가 두고 간 낡은 시집을 꺼내 읽는다 갯벌에 몰아치는 유월의 바람은 웅성거리며 어찌 내게로만 몰려오는가 바람구멍 하나 갖지 못한 나 개펄에 작은 구멍 하나 뚫고 게처럼 옆으로 자꾸 비켜가다가 잊었던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어느 때 쏘옥 숨어버리고 말까 망설이다 망설이다 뼛속을 파고드는 유월의 바람 하! 수상하여 바다는 저만치 두고 책갈피가 붉은 시집을 꺼내 읽는다

유월에는 /김희경

유월에는 김희경 유월에는 더 사랑하겠습니다 지구별이 태양을 뜨겁게 쓰다듬듯 이 마음도 내달려 그대 가장 가까이 두겠습니다 유월에는 더 사랑하겠습니다 짙은 녹음의 숲이 새를 춤추며 어루듯 이 마음에 가장 푸른 옷 입혀 그대 위해 맑은 노래하겠습니다 유월에는 더 사랑하겠습니다 바다가 바람 이고 애달프게 달려오듯 이 마음에 더 보고픈 마음 입혀 오직 그대 위해 달려가겠습니다 유월에는 더 사랑하겠습니다 하늘이 구름에게 그 마음 이기지 못해 오랫동안 눈물 되어 다가와도 그대 젖은 마음 닦는 새하얀 손수건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유월에는 그대 더 사랑하겠습니다 그대에게 더 사랑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