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726

칠월의 허튼소리 /김원규

칠월의 허튼소리 김원규 가거라 정녕 소리없이 가거라 용기조차 없으니 기운 필요하거든 발톱의 힘을 빌려 가거라 지워라 때묻은 육체까지 지워라 눈을 가리고 운다고 네 인생 달라지지 않으니 서슴지 말고 꿈까지 지워라 때려라 한 줄의 사연까지 때려라 말라가는 침으로도 느끼지 못하게 배움까지 때려라 부셔라 썩은 영혼까지 부셔라 무더운 여름 병든 자처럼 빛이 사라지는 날까지 검은 재가 되도록 부셔라 죽여라 해맑은 사랑까지 죽여라 태양의 절벽에서 매어 달리지 못하게 양지 같은 생각도 죽여라

흑백사진/정일근

흑백사진 정일근 내 유년의 7월에는 냇가 잘 자란 미루나무 한 그루 솟아오르고 또 그 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내려와 어린 눈동자 속 터져나갈 듯 가득 차고 찬물들은 반짝이는 햇살 수면에 담아 쉼없이 흘러갔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착한 노래들도 물고기들과 함께 큰 강으로 헤엄쳐 가버리면 과수원을 지나온 달콤한 바람은 미루나무 손들을 흔들어 차르르차르르 내 겨드랑에도 간지러운 새잎이 돋고 물아래까지 헤엄쳐가 누워 바라보는 하늘 위로 삐뚤삐뚤 헤엄쳐 달아나던 미루나무 한 그루. 달아나지 마 달아나지 마 미루나무야, 귀에 들어간 물을 뽑으려 햇살에 데워진 둥근 돌을 골라 귀를 가져다대면 허기보다 먼저 온몸으로 퍼져오던 따뜻한 오수, 점점 무거워져오는 눈꺼풀 위로 멀리 누나가 다니는 분교의 풍금소리 ..

7월에 쓴시/장용복

7월에 쓴시 장용복 푸르름의 성벽에 대지를 식히는 비가 나리네 온통 가슴으로 뿜은 열기 쉬원한 빗줄기가 만물을 보듬고 강물되어 유영하는 물 바다로 가고파 유유히 다리를 건너 7월의 강과 합수한 자유 원점으로 치닫는 낙수되어 우리 함께 나아가자 민주와 평화 염원하던 낙원 신천지 모래톱 눌러앉은 지상의 절규 푸르름 만끽하며 돌아 앉은 산마루 이제는 물안개 머금고 하늘향해 오른다 우기에 너와나 화해와 상승의 기로에서.

7월의 바다 /박우복

7월의 바다 박우복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밀려드는 너와 흔적 없는 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너의 외침이 가슴을 때릴 때 나를 묶고 있던 온갖 기억들은 하얀 포말이 되어 흩어져 버렸다 슬퍼하지 말자 기뻐하지 말자 밀려드는 파도도 거부하지 말자 7월의 바다는 나의 마음을 먼저 알고 아픈 추억을 만들지 않는다 단 둘이만 있을지라도 !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이해인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 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 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 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유월이 오면/도종환

유월이 오면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저녁 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

6월에 쓰는 편지/허후남

6월에 쓰는 편지 허후남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내 사랑은 빨간 장미꽃/로버트 번스

내 사랑은 빨간 장미꽃 ​ 로버트 번스 ​ 오, 내 사랑은 빨갛게 활짝 피어난 유월의 장미꽃 내 사랑은 고운 노랫소리 멜로디 따라 흐르는 노랫소리에요 ​ 그대 진실로 아름다워 이토록 애타게 사랑해요 바닷물이 다 말라버릴 때까지 내 사랑은 한결같아요 ​ 바닷물이 다 말라버릴 때까지 바위가 햇빛에 스러질 때까지 내 살아 있는 날까지 내 사랑은 한결같아요 ​ 안녕, 내 사랑이여 우리 잠시 헤어져 천 리 만 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난 다시 돌아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