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국수 / 이재무

종이연 2008. 2. 15. 17:32
국수 / 이재무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룰 삶는다

펄펄 꿇는 물속에서
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
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
신혼적 아내의 살결같구나

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
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
결연의 저, 하얀 순결들!

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
면발 담긴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코밑 거뭇해진 아들과 겸상을 한다

친정 간 아내 지금쯤 화가 어지간히는 풀렸으리라




저녁 6시
출처 - 창비시선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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