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술 한잔/정호승

종이연 2008. 3. 12. 15:19
술 한잔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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