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저녁 안부

종이연 2008. 3. 13. 10:24
저녁 안부



금호강 가에 저녁놀이 떨어집니다

일하던 사람들은 일손을 풀고

문패없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우엉잎도 돌나물도 찾아볼 수 없는 밤이

울고싶은 사람만 마음놓고 울 수 있는 밤이

처마를 누르며 찾아듭니다

거친 들판에는 아무도 씨 뿌리지 않고

풀잎의 얼굴을 한 사람들만

미농지같은 잠을 청합니다

피나물과 바지락을 사들고 오는 아낙들의 얼굴이

더욱 멀어 눈시울을 적십니다

내일 아침 날빛 맞을 때까지

살아있는 이들이여

부디 평안하기 바랍니다


詩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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