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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박재삼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겄네.저것 봐, 저것 봐,네 보담도 내 보담도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 가는,소리 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겄네.

불타는 단풍 / 김소엽

불타는 단풍   김소엽당신이 원하시면여름날 자랑스러웠던 오만의푸르른 색깔과무성했던 허욕의 이파리들도이제는 버리게 하소서혈육이 가지를떠나빈 몸으로당신 발 아래 엎드려허망의 추억까지도당신께 드리오리니당신의 피로 물들여 주소서바람이 건듯 불면당신의 음향으로내 젖은 영혼이 떨게 하시고노을이 찾아들면육신은 더욱 고운 당신빛으로황홀한 색채를 띠게 하소서푸르른 나는 가버리고내 안에 당신이 뜨겁게 살아서죽어도 영원히 살아있게 하시고머언 훗날어느 순결한 신부의일기장 속에 연서로 남아당신의 사랑으로 물드는한 장불타는 단풍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