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묵언의 날 / 고진하

종이연 2008. 2. 21. 10:49
묵언의 날 / 고진하



하루종일 입을 봉하기로 한 날.
마당귀에 엎어져 있는 빈 항아리들를 보았다.
쌀을 넣었던 항아리,
겨를 담았던 항아리,
된장을 익히던 항아리,
술을 빚었던 항아리들.
하지만 지금은 속엣것들을 말끔히
비워내고
거꾸러 엎어져 있다.
시끄러운 세상을 향한 시위일까,
고행일까,
큰 입을 봉한 채
물구나무를 선 항아리들.
부글부글거리는 욕마을 걷어내고도
배부른 항아리들,
침묵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른 항아리들!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숲에서 / 안도현  (0) 2008.02.23
눈뜬 장님 / 최영철  (0) 2008.02.23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박시교  (0) 2008.02.21
팽이 / 최문자  (0) 2008.02.21
나무 한 권의 낭독 / 고영민  (0) 2008.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