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눈뜬 장님 / 최영철

종이연 2008. 2. 23. 21:45
눈뜬 장님 / 최영철




이 밤, 가만히
아내의 안경을 끼어봅니다
눈뜬 장님이 됩니다
그랬나 봅니다, 詩만 바라보는
꿈만 꾸는 눈으로 사는 그런 남편이 놓친
주위를 살피고
현실을 챙겼나봅니다
술픔은커녕,
우울 한 줄 읽지 못하는 돋보기 너머
흔들리는
괜스레 흔들리는 잠든 아내 얼굴을 보면서
투박한 손길로
수치스런 옷섶으로, 아내의 안경
살금살금 문질러봅니다
내 얼룩 닦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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